노가리

by 문성훈

당신이 누군가의 초대를 받아 집을 방문한다면 그 집의 가치를 어떻게 매기겠는가?
흔히 집으로 통칭하는 주거시설. 아파트,빌라, 단독주택 심지어 콘도나 리조트까지...
손님을 맞는 집 주인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함과 인정(人情)이 으뜸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 집안에서 느껴지는 훈기(薰氣)와 인테리어 감각정도가 아닐까 싶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주인 즉 사람에게서 비롯되니 그야말로 인위적인 환경(環境)은 부수적이다. 물론 환경이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학설도있고 증명된 바 있다.
아무튼 이런 경우 그 집이 월세인지, 전세인지 본인의 소유인지를 따져 묻고 그에따라 가치 평가가 바뀔 수 있을까? 바뀌지 않는다면 과연 '가치(價値)'는 누구의 것인가? 전세나 월세라면 보지도 못한 소유자의 것이 되는 것일까?

집이 그렇다면 손님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가게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야할까?

서울에서도 핫(Hot)하다는 홍대근처에 둥지를 틀고 밥벌이를 한지 어언 18년째 접어든다. 그야말로 홍대 주변 상권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나 역시 암초에 붙은 따개비처럼 한 건물, 한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고 세입자로 있다보니 비는 건물, 새로 들어오는 가게를 보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나가면 손해가 많을텐데 권리금이라도 제대로 받았을까?'
'이들은 자본주의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광풍이 휩쓸고 간 홍대주변은 부자악당과 그 무리들이 다녀간 서부영화에 나오는 마을처럼 스산함마저 감돈다.
땅값 상승으로 여러차례 건물주의 손바뀜이 있었고 유명상권으로 부각되면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가게 주인)들이 이 지역을 떠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오락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중이다. 땅값 상승과 상권형성이 가능했던 건 생계를 위해 독특한 아이템과 기발난 아이디어, 친절한 서비스로 유동인구를 늘린 원주민들의 노력이 있어서다.
그들에게 부족했던 건 내 건물을 살 자금여력이었고, 잘못이라면 법보다 앞서는 인간의 정리를 믿었다는 것이다.

을지로마저 그리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아주 잠깐 맥주를 들이키며 '혹시...'했지만 '설마...'가 더 강했기에 곧 잊었다.
그런데 현실로 다가왔다. 을지로 3가 뒷골목 속칭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40년 된 '을지OB베어'가 쫒겨날 판이다. 주머니 가벼운 넥타이부대의 애환을 씻어주던 1000원짜리 노가리와 진한 생맥주로 질펀했던 '노가리 몰목'이 차츰 사그러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80년대 공구상 골목이던 후미진 이 곳을 '노가리 축제'가 열리는 '을지페스타'로 변모시킨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 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게 하고 '백년가게'로까지 가치를 높인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건물주가 무슨 사정과 속내가 있어 세입자를 내몰려 하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그들간의 소송이 어떻게 결말이 날 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런 사단이 날 정도로 이 골목을 일으키고 지켜 낸 사람은 세입자인 가게 주인들이란 거다.
응당 그 가치도 그들 몫이어야 하는데 세상사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