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하며 서너개의 휴대폰 매장을 거친다. 그만큼 많다는 얘기인데 최근에 통신사 대리점 한 곳이 더 생겼다. 신종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쇼윈도가 옷을 갈아입는다. 그런데 언제나 가장 후미진 곳에 구색이라도 맞추려는 듯이 LG스마트폰 선전 포스트가 붙어있다. 나 역시 아이폰을 쓰다 삼성제품으로 갈아탔다. LG것은 오래 전에 단 한번 써본 기억밖에 없다. 외국을 다니다 삼성이나 LG 전광판을 보면 뿌듯했다. 중국에서는 LG광고판을 더 많이 봤던 것도 같다. 삼성과 함께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서 쌍벽을 이루던, 한때 삼성 임원이 전시된 LG세탁기 문짝을 고의로 망가뜨린 게 화제가 될만큼 시기와 부러움을 받던 LG가 아닌가. IT쪽으로는 경쟁상대가 안될 만큼 기술력도 마인드도 안된 기업인가싶어 안타깝다. 그런데 아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고 경영자의 결정적인 판단 미스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후발주자로 따라붙었지만 이미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터라 그 갭을 극복하기 힘들어서다. 그룹 부회장까지 오른 최고경영자는 왜 영원히 자신의 이력에 빨간 줄을 그런 결정을 하게 됐을까? 오랫동안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있었던 후배가 있다. 컨설팅계의 전설적인 흑역사로 남은 몇가지 사례중에 LG 스마트폰 케이스가 있다고 했다. 2007년 LG는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미래 스마트폰 시장의 전망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수십억 용역의 결과는 투자는 시기상조인데다 전망은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달리기도 전에 스타트부터 한참 늦었으니 1년마다 신제품이 쏟아져나오는 단거리 경주에서 그 간극을 좁힐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사례를 계기로 컨설팅업계의 컨설팅 방식도 변했다고 한다. '이렇습니다'는 결정론적 조언이 아닌 'A로 하면 이렇게, B일 경우에는 저렇게 됩니다'라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맥킨지는 잘 나가고 있고 LG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금도 서자 취급을 받고 죽을 쑤고 있는 중이다. 맥킨지는 훈수를 했을 뿐이고 LG가 직접 수를 뒀으니 책임과 결과는 결국 LG몫이기 때문이다. ᆞ 예전에 사직공원 맞은 편 건물에서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자주 공원에 나갔었는데 어르신들이 많이 나와계셨다. 벤치를 둘러싼 구경꾼들이 많다는 건 열띤 경기가 열리고 있다는 증거다. 주종목은 장기였는데 그런데서는 팔짱을 끼고 구경하다 훈수를 두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다. 훈수꾼이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늘 한쪽 편만을 들지는 않는다. 때로는 결정적인 수를 귀뜀해주고는 이내 상대에게 막을 방책도 알려주기도 했다. 그렇게보면 컨설팅업체의 생존 전략을 일찌감치 깨치신 것이 분명하다. 한쪽에서 '멍군'이라도 부를라치면 훈수 또한 가열되는데 여러 묘수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언제나 분명한 건 결정은 장기두는 사람이 하고 그 결과도 온전히 본인이 감당하지 훈수꾼을 원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훈수꾼은 그저 장기를 즐기는 관전자에 불과할 뿐이다. 장기판이 으레 그러하듯 가끔은 다툼이 있기도 하고 언성이 높아져 싸움으로 번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훈수꾼들은 슬그머니 그 자리를 뜨고 흩어진다. 장기판이 엎어질 때도 봤는데 훈수하던 사람이 판을 엎는 경우는 못봤다. ᆞᆞ 거름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낫다는 이승이고 한번밖에 못사는 인생인데 훈수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래라 저래라 이건 맞고 저건 틀렸다 하루에도 수만가지를 훈수를 들려준다. 날 위한 조언이고 미처 깨치지 못한 걸 알려주는 것이면 고맙기라도 하련만 안타깝게도 흰소리가 많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만 한데 저 좋자고 패착을 놓게하고 고함을 질러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슬금슬금 거짓말을 섞더니 이제는 아예 협박도 서슴치않는 불한당이 된 자들도 눈에 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의 향방을 자신이 결정하고 그 궤적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는 것도 결국 자신이다. 여느 훈수꾼이 그러하듯 그들이 내 삶에 진정한 관심과 애정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 똑똑하고 잘났다고 으시댈 수록 목청이 높을 수록 의심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남을 위해 묘수를 알려줄 이유는 없다. 자신의 이익을 쫓는 두뇌가 발달한 사람들인데 굳이 그런 수고로움을 자청할 리가 없다. 정치꾼이 그러하고 셀럽과 인플루언서라 칭하는 자들이 대개 그러하다. 한때 세상의 파수꾼을 자임하던 기자들이 밥벌이에 목을 매는 훈수꾼으로 전락했다. 말바꿈은 예사롭고 과장과 왜곡 이제는 거짓말도 괘념치않으면서 악을 쓰듯 훈수를 하려든다. 그들에게 세상은 한낱 내기 장기판에 불과하고 돈 몇 푼에 팔려다니는 직업적 훈수꾼에 불과할 뿐이다. 어쩌면 세상이라는 장기판을 엎어서 제 잇속을 차릴 수만 있다면 언제든 판을 엎을 준비가 된 것도 같아보인다. 훈수를 가려듣는 지혜와 한수 한수 앞을 내다보고 두는 신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