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하지 말자

by 문성훈

'피르가즘'이란 신조어가 있다. 여드름이나 모공에 박힌 피지를 짜면서 느끼는 쾌감을 '오르가즘'에 빗대서 하는 말인 모양이다. 의학적으로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이런 영상을 올리고 사람들은 꺼려하면서도 많이 본다고 한다.
결코 좋을 것이 없는데 굳이 하는 본인도 그렇지만 찡그리면서 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오른 '반일종족주의'는 초반 판매실적이 부진했었다. 그런데 조국 교수가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언급을 한 이후 판매부수가 가파르게 올라갔다고 한다. 이런 성공에 자극받아 비슷한 아류의 책들이 나왔는데 직접적으로 저명인사를 직접 거론하기도 해서 이전에 그 저명인사의 책을 출간했던 출판사 편집장들이 대책 회의를 했던 모양이다. 명예훼손이고 사안에 따라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었으니까.
결론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반일종족주의의 '학습효과'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아류의 책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을 뿐더러 편향된 시각으로 혐오스런 말을 쏟아내는 인사들이 있다.
감정만 실려있고 이성은 사라진 독설에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편이 갈린다. 그 인사는 말하면서 이미 쾌감을 느꼈고 반응에 득의만만해 할 것이다.
일종의 '피르가즘'이다.
동영상 클릭수에 따라 수입이 늘듯 댓글이 많이 달리고 공유가 되면 될 수록 이득이다. 게다가 빠짐없이 지면을 할애하며 후견인 노릇을 해주는 언론매체가 있다. 반응이 격렬할 수록 지명도는 올라가고 반대진영의 강연 초빙은 늘어난다. 공감이든 반감이든 내 편이든 반대편이든 상관할 필요가 전혀 없다. 널리 퍼질 수록 많은 사람들 입에 거론될 수록 좋다. 그래서 더 강렬한 말들을 골라쓰고 옥타브는 높인다. 극단으로 치닫을 수록 유리하다. 더 큰 호응을 얻을 것이고 더 많은 반감을 불러일으킬테니까.

나는 들어서 불쾌하고 무엇하나 건질 것 없는 말들은 흘려버리고, 이미 아니라고 판단한 사람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여러사람에게 자주 말해왔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괘씸하다고 해서 그의 말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고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을 언급해준다면 전혀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뿐이다. 본의아니게 그 말을 퍼뜨리고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격이 된다.
정말 실력좋은 스나이퍼 몇몇에게 그 임무는 맡기고 열렬히 응원하고 호응하는 게 백번 낫지 않을까 싶다

피지가 빠진 자리는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고 한다. 그것이 종기다. 항생제 한 알이면 다스릴 수 있을텐데 그마저 짜려고 덤벼서는 안된다. 그렇게 계속 자극하고 건드리면 벌겋고 달아오르고 커져서 마침내 메스로 가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피지인 채 내버려둘 지혜가 필요하다. 아무리 떠들고 날뛰더라도 다른데 눈을 돌렸으면 한다. 광고에도 나온다. 내 피부는 소중하다고....

내가 보기에 지금의 야당은 착각을 하고있고 여당은 걱정이 많다. 수구는 과거에 연연해하고 개혁은 미래에 조바심을 낸다. 야당은 조금만 더 밀어부치면 자신을 편들 사람이 많아질 거라 자신만만해 하는 것 같고, 여당은 야당의 작은 공격과 선동에도 공든 탑이 무너질거라며 전전긍긍해한다.
서점의 판매경향을 분석해 보면 '반일종족주의'는 여러권씩 팔려나갔다.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눠주고 팔아주려는 의도가 없잖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야당이었던 현 여당측 인사들의 책들 또한 같은 패턴을 보였다. 조국백서보다 조국흑서의 판매부수가 많다.
다시 말하자면 집권 이후 여당에 우호적인 국민들은 좀더 느긋해졌고 야당을 옹호하는 국민들은 더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언제나 성을 지키며 방어하는 게 공격하는 것보다 수월한 법이다.

그런데 여당도 야당도, 수구와 진보 모두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처럼 고무신이나 플라스틱 바구니와 표를 맞바꾸던 국민들이 아니다. 거짓과 공갈로 협박하고 구슬린다고 해서 따라 갈 국민이 아니란 말이다. 이미 우리나라 국민은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고 더 현명해졌으며 날로 발전하는 중이다. 정치인들만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제 몫을 다하고 제대로 해서 성과를 국민앞에 내 보이는 길밖에는 없다. 예전처럼 요행과 권모술수에 기대던 시대는 지났다.
야당은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과 국가의 미래을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정부와 집권 여당은 언행은 무겁게하고 판단이 섰을 때는 좀더 과감해져야 한다.

야당은 착각과 오랜 잠에서 깨어나길 바라고, 여당은 시시콜콜한 사안마다 조건반사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골난 어린애들이 까분다고 맞상대하는 건 어느모로보나 어른답지 못하다. 더러운 피지짜서 유명해지려는 천둥벌거숭이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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