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띄웠으면...

by 문성훈

"아빠 오늘은 어제보다 좀 늦을 거야"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는거야. 사랑해"

다시 찾아보기를 주저하던 문자다.
좀 늦겠다던 아빠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고 아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전하지못했다.
그렇게 택배기사였던 아빠와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들은 사랑하는 이들 곁을 떠났다.
어느 정치인은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기사의 문자를 언급하며 울먹였고, 새끼잃은 어미는 드러누운 세월호를 앞에두고 철조망에 매달려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사회안전망' '재난안전 통신망'이 문제라고 했다. '망(罔)은 그물이다. 우리가 아는 그 그물이다.
아마도 투망질에 쓰이는 그물이 아니라 가두리 양식장에 쓰는 그물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일게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포식자로부터 보호받고 갑작스러운 풍랑에도 떠내려가지 않을 튼튼한 울타리가 될 그물말이다.
약자를 위한 그물의 그물코는 그래서 더 촘촘하고 튼튼해야 한다. 힘세고 덩치 큰 강자들은 들어올 수 없도록 거센 파도를 피해 심해로 숨을 만큼 단단한 심장을 가진 것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성글게 짜도되는 그물도 있다. 법망(法網)이 그래야한다.
작은 물고기는 빠져나와도 될 만큼 그물코가 넓은 그물이다. 세상의 모든 죄악을 벌하고 없앨 수 없다면 조금 성글어도 된다.
크고 사나운 포식자와 생태계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강자들을 더 잘 잡는 그물이다. 배고파서 편의점 빵을 훔치는 가난한 사람들은 훈방으로 풀어주고 수백억쯤은 한 입에 꿀꺽 삼키는 재벌들은 옴싹달싹 못하게 옭아매는 그물. 생계를 위한 노점상들의 좌판을 때려부수기 전에 부당한 뒷거래로 배를 불리는 기업들부터 잡는 그물말이다.
잔챙이는 빠져나가더라도 거물은 한마리도 놓치지않는 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못하다.
촘촘하고 튼튼해야 할 안전망 그물은 성글고 약해서 제대로 보호막이 되어 주질 못한다. 언제나 사고가 나면 그제서야 야단법석을 떤다. 파도가 한번 몰아치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부터 치이고 다쳐서 죽어나간다. 그들은 죽을 힘을 다해 파닥거리지만 뱃전에 오르면 이내 죽는 멸치처럼 나약한 존재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멸치가 있어 바다는 아직도 풍요롭다.

성글지만 단단해야 할 법망은 촘촘한데다 뜯어져있어 포악하고 덩치 큰 강자들이 마음놓고 들락거린다. 해류를 거스릴 수도 없는 약한 것들만 잡히고 덩치크고 힘센 것들은 유유히 빠져나간다. 생계형 범죄에는 엄중하고 악랄하고 치밀한 대형 범죄에는 너그럽다.
소시민의 처절한 원성은 발본색원하면서 광화문에 들어선 계란판 생산공장들의 스피커는 볼륨조차 줄이지 못한다.
다행히 개체수는 적고 살점은 많은 존재들이다. 한 둘만 잡아도 동네를 배불릴 수 있다. 마음만 다잡는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생태계도 커다란 그물이다. 온전하게 지키려면 자연이든 인간세상이건 제대로 된 그물을 드리워야 한다.
보호하는 그물과 잡는 그물을 구분해야 한다. 촘촘하게 짤 것인가 성글게 엵을 것인가 현명한 판단을 해야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뜯어지고 헐거워진 그물을 시민들이 깁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다간 마음놓고 양식을 할 수도, 고깃배를 언제 띄울지도 모른다.
언제까지나 시민들이 그물을 수선해주리라 믿어선 안된다. 갯벌에 나가 조개도 캐야하고 텃밭에 김도 매야한다.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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