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외한의 한소리

by 문성훈

일단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악보를 보면 과음한 다음날 아침 해장국에 가득한 콩나물 대가리만 떠올려질 뿐이다.

우리나라 음악에 있어 오래된 논쟁거리 중 하나가 트롯이다. 정통이냐 아니면 일제 강점기의 유산이냐 말이 많다.
트롯이란 장르를 사랑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가 부를 줄 아는 노래의 상당수가 트롯이다. 음치인 나로서는 수없이 연습하고 불러서 그나마 흉내를 내는 정도가 됐다. 왜 하필 트롯을 연습하고 불렀냐하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연령층이 선호하는 노래였고, 도무지 외워지지않는 랩 같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 착 감기는 가사와 금방 익힐 수 있는 쉬운 음계때문이었다.

작년이던가 연말 송년회 모임에서 요들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참석자 중 스위스에서 정통 요들을 배워 온 분이 계셨다. 간략한 요들의 역사와 종류을 얘기하고 정통 요들을 들려줬다. 사뭇 지금까지 알고 익히 들어왔던 요들과는 달랐다. 목동들이 가축을 방목하며 불렀다는 노래다.

또 언젠가 다양한 나라의 음악과 다룰 줄 아는 대머리 가수가 들려주는 흐미를 들었던 적도 있다. 한때 몽골 출장을 다니면서도 듣지 못한 몽골 전통 창법인데 오히려 요들보다 더 특이하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흐미는 바람, 새, 물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흉내냈다고 한다.

요들의 빠른 흉성과 가성의 교체, 저음과 고음을 동시에 내는 흐미의 발성등은 전문적인 영역일테고 나는 요들과 흐미가 목동과 유목민이 부르던 노래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요들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되고 흐미는 멀리까지 전해지는 창법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가축과 함께 자연 속에서 홀로 불렀던 노래라는 뜻이 아닐까.

그렇게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노래의 차이는 산간지방과 산이라고는 볼 수없는 초원이 가져다 준 산물이 아닐까 싶었다. 메아리로 반향이 생기는 알프스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의 몽골 초원에서 내는 소리가 같지는 않을테니까. 모르긴해도 서양인과 동양인의 인후 구조가 조금은 다른 영향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비강 크기가 다르니 울림도 다를 것이다.

알프스의 요들은 가축들을 부르는 소리가 발전한 것이라 했고, 몽골의 흐미에는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애니미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요들과 흐미에는 지역과 기후 역사 그리고 무엇보다 그 땅에서 살아온 민초의 삶이 배여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전통 판소리는 일반 녹음 스튜디오에서는 제대로 그 소리를 담을 수 없다고 들었다.
왜냐하면 서양처럼 실내악이 아니라서다. 폭포 아래에서 단련된 소리고 마당이 트인 대청마루에서 지르던 소리이기 때문이다. 갇힌 공간과 열린 공간, 실내에서만 이뤄지거나 실내외를 오가야했던 장구한 생활의 습속이 노래에도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다.

무릇 인간이 만들어 낸 문학과 예술에는 그 지역마다의 자연환경과 역사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것이 곧 문화다.

트롯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유래됐건 지금까지도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속에 흐르고 있는 그 무엇에 이끌리고 있어서다.
가끔 지금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힙합음악이 내가 부르는 1940~50년대의 트롯처럼 몇 십년 지난 후에도 한국에서 불려질까 궁금하다.
BTS의 음악이 전세계를 휩쓰는 걸 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싶은데 그렇게 된다면 이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들의 정서와 삶이 녹여져 있어서 일거다.

트롯의 정통성 시비, 최근의 재점화가 어느 방송에서 시작됐느냐 하는 논란은 필요없어 보인다.
일제의 유산인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했다고 해서 암울했던 과거까지 청산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의 말과 생각속에 그 역사가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다는 걸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해체를 해야 했다면 어딘가에 그대로 복원했어야 했다. 그래서 역사의 기록이자 교훈으로 삼는 게 제대로 된 청산을 위해서는 훨씬 나았을 것이다.
옛 건물의 큰 돌덩어리보다 더 없애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혈관 속을 흐르는 사상이고 인식이며 문화다.

사소한 데 집착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기 마련이다.
어느 전직 농구선수였던 연예인이 유행시킨 말이 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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