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망고소식

by 문성훈

우리집 강아지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그래서 하는 얘기일수도)

망고는 출생도 믹스견인데다 학대받고 유기됐던 강아지치고는 아니 여느 강아지와 견주어봐도 뒤지지않는 고고한 자태와 품격있는 외모를 지녔다.
앉았을 때 보면 윤기 흐르는 까만 롱코트가 벌어진 사이로 하얀 드레스 셔츠가 눈부신 귀족출신의 멋쟁이 신사같다.
장발이지만 뻗치지않은 곱슬머리에 핏줄 하나 보이지않는 맑은 눈동자. 촉촉하고 오똑한 코가 미수컷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순한 눈망울에 좀체 짖지않는(거의 하루종일 한번도) 과묵함과 나대지않는 신중한 몸가짐을 지녔지만 목둘레를 감싼 긴 털목도리는 사자의 갈기를 연상하게해서 결코 만만히 보지는 말라는 암묵적 경고를 주고 있었다.

견성도 비할바없이 충직하고 착해서 제 놈을 데려온 딸이 집에 있으면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도 따라나서지 않는다. (가고는 싶고, 누나는 안가고.... 딸 방과 현관 앞을 왔다갔다하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얼마나 애타하는지... 그래도 결코 따라나서지는 않고 산책을 포기한다. 지조가... 지조가...)
처음 데려와서는 남자라면 그대로 주저앉아 오줌을 지릴 정도였는데(학대 트라우마가 심해서) 지금은 개구장이 사내아이가 귀엽다면서 아무리 쫓아다니며 귀찮게 해도 슬금슬금 피해다니기만하지 짖거나 위협하는 일은 없다.

그런데... 그런데...








엥? 왠 그냥 깜정 강아지??
설 깬 상태로 아침에 샌드위치를 먹고있는데 내 허벅지에 두 앞발을 기대고 기지개를 켜는 이 낯선 녀석은 뭥미?....

아내와 딸이 미용실에 데려가 이발을 시켰단다. 피부 발진 생길까봐 바리깡도 대지않고 가위로만 잘랐다는데 이렇게 바짝?
나부끼던 귀털은? 목덜미 갈기는? 아까운 가슴팍 길었던 흰 솜털은? 그런데 애꿎은 수염은 왜 짤랐대??







아... 우리집에 디자이너는 나 뿐이구나.
서양화 전공 딸년도 뭘 모르긴 마찬가지네.

근데 또 자꾸 오래 보고있으니 이건 이거대로 구엽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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