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직접적으로 정치나 종교얘기를 꺼내지않겠다 작심하고 무던히 애쓰는 중이다.
그도 그럴것이 정치에서 오십보 백보인 보수와 진보가 편을 갈라 싸운들 정작 국민편은 없다는 진실을 익히 알고 있고,
종교에 있어서는 나조차 자유롭지 못한데다 어느 종교인들 병들고 썩지 않은 구석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온갖 미사여구 가져다가 솜사탕같이 속삭이는 글은 체질적으로도 안맞지만 그런 사람을 소풍날 물감 푼 단물봉지 파는 잡상인 취급하는 사람이라 쫒아가고 싶지않다.
내 전문분야라 조금 더 깊이있게 얘기할 수 있는 소재거나 가까운 이웃들의 삶에서 배우게 되는 참인생살이 , 내가 직접 경험했고 당면한 문제들을 행랑채에서 새끼꼬듯 엮어내고 싶다.
그것이 범부로서 내가 하는 정치고, 그렇게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것이 내가 아는 신앙의 참뜻이라 믿는다.
새끼를 꼬면 짚신이라도 삼고, 내 사정 남의 사정 털어놓다보면 감자라도 내어놓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맘대로 글쓰기의 스승으로 삼는 김훈선생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어떻게든 일상의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글을 쓰면서 자꾸 책을 들이대는 자들 있잖아. 그런 사람은 정말 한심해 보여. 책을 통해 배운 사람과 삶을 통해 배운 사람은 천지 차이가 있는 거라고. 물론 책을 통해 배울 수가 있지만 직접 사물에서 배울 수 있고 사람에 의해 배울 수 있고, 사건, 사태, ‘사’자 들어가는 거의 다에서 배울 수가 있다고...."
어디 그뿐인가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이다지도 통렬하고 서늘할 일갈에 베어본 적이 없다. 새삼스레 하신 말씀도 아닌데도 그렇다.
우물가 빨래터에 나온 아낙의 수다만도 못한 말과 글로써 자신을 팔고 생계를 구걸하는 작가들을 본다.
정작 연구에는 뜻이 없으면서 계약연장을 위해 고만고만한 논문들이나 양산해내는 한심한 교수를 보는 것만 같다. 그런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을 동원하듯, 그들은 저명한 철학자나 작가의 말과 글에 조미료를 쳐서 마치 오랜 사색의 결과물인것처럼 다작을 해댄다. 분리수거할 종이만 많아지는 셈이다.
반면 블로그나 SNS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솜털이 곤두서거나 등줄기로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찾아들어가보면 다행스럽고 부끄럽게도 나와 같은 일반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글은 자신의 살점을 도려낸듯도 싶고, 고름을 짜낸 깊은 동굴같기도 하다. 부드럽고 온유한 짧은 글에도 깊고 짙은 무게가 실려있다.
아마도 김훈선생의 말처럼 일상의 구체성이 확보되고 삶에서 배웠기때문이리라.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일인가.
주변에 스승이 곳곳에 있고, 그들의 가르침을 어디서건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세상임을 깨닫게 해주기위해 정치인들은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흉칙한 몰골을 드러내고, 종교계는 돈과 세습에 골몰하며 악취를 풍기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들이야말로 뜻한 바있어 당신께서 보내신 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범사에 감사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