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으면 안타까운 가게가 있다. 책방과 꽃집이다. 가까운 아파트 상가에 하나 있던 작은 꽃집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편의점과 정육점사이에서 생기를 불어넣던 가게였는데 많았던 화분들을 들어내고 정리하는 중이었다. 책이 필요하면 대형 서점을 찾으면 되고 꽃을 사고싶으면 도심 외곽의 화훼단지를 찾으면 되기는 한다. 그런데 어째 심장을 가로질러 스산한 바람이 지나가는 걸 어쩔 수는 없다.
우리 삶이 작은 조각들로 채워지던 시대를 지나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뭉터기가 아니면 무엇 하나 살 수 없고 한데 모여있는 데서만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 그러고보면 나조차 양계장처럼 창이 뚫린 데로만 고개 내미는 아파트에 살고 있고 손가락으로 물건을 주문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현대인들의 삶이란 게 커다랗고 각진 돌들로만 쌓다보니 틈을 메꿀 작은 돌맹이들은 이제 소용없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책방과 꽃집은 영혼의 비타민을 파는 가게다. 애초에 돈을 벌고자 한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TV '서민 갑부'의 성공사례에서 이 두 업종을 본 기억이 없다. 식당과 빵집, 심지어 구둣방과 대장간까지 나오지만 이 가게들로 성공한 사람은 만날 수가 없다. 먹고 입는 몸을 위하는 가게들에 비해 영혼을 살찌우고 위로하는 가게들의 영업 실적은 저조하기만 하다. 영혼을 위하고 양심을 지키며 산다는 게 어쩌면 부질없어진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하다. 그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입을 만족시키며 즉물적으로 반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계시가 아니란 걸 믿고 싶다.
새끼 발가락 하나만 없어도 뒤뚱거리고, 감정을 돋우는 말 한마디에 하루를 망치는 부실한 인간들끼리 모여 사는 세상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와 제 역할을 하지않으면 생명까지 앗아가는 작은 장기들로 만들어진 인간이다. 모양이 제각각인 돌들과 돌틈을 메꾸는 자갈이 없다면 금새라도 무너지고 말 인생이다.
소소한 즐거움과 영혼의 비타민 캡슐이 없다면 마천루 빌딩 사이를 거닐어도 사막에 버려진 것과 같고 수많은 사람에 둘러쌓여 있으면서도 외로움에 몸서리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