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by 문성훈

'요물단지'이자 '보물단지다. 내게는 외발 전동휠(Gotway 22")이 그렇다.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오토바이를 섭렵하고 빠져든 전동휠이 가져다 준 특별한 체험과 독특한 쾌감은 요물단지에 비할만 하고, 겨우내 닦고 충전시켜가며 봄을 기다리게 하니 그 아끼는 마음이 보물단지에 버금간다.

살아 숨쉬는 그래서 두 발로 걸으며 수억년 내 종족의 진화에 감사해하고 이윽고 아득한 생명의 기원에 다다르는 과정만큼이나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난관에 봉착했지만 - 배우면서 엉치가 성할 날이 없었다- 그 열매는 달고도 싱싱했다.
두 발의 근육으로 페달을 밟고 그 페달이 내 발바닥의 연장으로 여겨질 때쯤 자전거 바퀴는 나를 대지와 교감할 수 있게 한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더욱 낮고 가깝게 땅의 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데다 양 팔까지 흔들며 직립을 깨치지 못한 원초적인 동작으로 팔 다리를 이끈다.
그에 비하면 오토바이는 최소한의 동작으로도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역동성과 스피드를 안겨주니 바퀴는 자전거와 같으되 그 폭발적 힘이 갖는 기계적 생경함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아쉬움을 준다.

4년전 어느날. 길을 걷다 내 곁을 스치듯 미끄러지는 이 물건을 탄 젊은이를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곧장 가게를 찾았다.
"지금까지 주인장이 가르친 가장 나이많은 사람이 몇 살이었습니까?"
젊은 사장은 40대 중반까지도 가르쳤었다고 했다. 내가 그 기록을 깨주겠다고했다. 두어시간 남짓 사용법을 배웠고, 그 해 추석연휴동안 밤마다 근육통과 몸살로 끙끙대며 익혀서 오늘에 이르렀다. 공중부양을 경험하며 엉덩방아를 찧어 정형외과도 다녔었다. 그래도 멈추지않아서인지 지금은 자유롭게 운행한다. 아쉽다면 그 4년동안 큰 공원에서도 자전거 도로에서도 탈 수 없게 법령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물건으로 청산도 언덕길을 누볐고, 담양에서는 60여킬로를 쉼없이 달리기도 했다.
아무런 동작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세한 근육과 균형의 이동으로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럴때면 오감이 바늘 끝처럼 민감해지는 걸 느낀다. 발판을 딛고 균형을 유지하는 동안은 그 팽팽한 긴장감을 놓쳐선 안된다.
몸의 일부로 느껴질 즈음. 두 팔의 경직이 풀리고 무릎으로 충격을 감쇄해서 온 몸으로 퍼지게 할 수 있게되면 마침내 직립 보행의 카타르시스에 이른다. 마침내 두 손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기껏 땅에서 15Cm 남짓 떠 있을 뿐인데 다른 세상이 보이고, 미끄러지듯 다닐 때면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다니는 기분을 알 것만 같다. 두 다리는 땅을 받아들이고 가슴으로는 바람이 지나고 머리는 창공에 떠 있다. 매의 눈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살핀다.
잠시나마 고단한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마침내 네 발 짐승에서 직립을 하고 두 팔을 쓰는 인류의 진화를 경험하고, 중력을 거스르는 인간 도전의 역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발바닥으로 땅을 밟을 때 땅은 무한한 신뢰감을 안겨주고 내 발바닥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행복감에 젖어든다. 땅에 묶여 있어 답답하게만 느꼈던 구속감이, 땅이 버티고 있어 내가 살아 있다는 감사함으로 바뀌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