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겨먹어서인지 나는 기름기 좔좔 흐르는 글이나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레어로 구운 고깃덩어리같은 글은 별로다. 살얼음 낀 동치미나 기름기 걷어낸 평양냉면 혹은 오래 묵어 콤콤한 젓갈같은 글이 내 입맛에 맞다.
음치가 분명하지만 마이크를 물리지 않는 성격이라 내게도 18번이란 게 있다. 거기에도 짚이는 맥이 있는지 가까운 이들은 너답다라는 말을 곧잘 한다. "하늘아래 땅이 있고 그 위에 내가 있으니 어디인들 이내 몸 둘곳이야 없으리 하루 해가 저문다고 울 터이냐 그리도 내가 작더냐...."로 시작하는 '귀거래사'나 '나만의 방식' 같은 류인데 하도 불러대서인지 타박을 받을 정도는 넘어섰다.
'나만의 방식'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직 세상이 날 버린건 아니야. 운명 속에 길들여진 그런 인생이 싫었어 거친 사막에 피어난 푸르른 선인장처럼 불꽃같은 삶을 살고 싶어 나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이렇게 맺는다. "모진 현실이 파도처럼 밀려와도 아무 두려움도 갖질 않아 약해지질 않아. 야망도 불같이 뜨거운 야망을 이루지 못했던 지난 꿈을 이뤄가겠어 포기하지도 주저하지도 않겠어 이제는 다시 울지 않겠어. 눈물없이 사랑도 불같이 뜨거운 사랑을, 죽어도 다시는 오지않을 그런 사랑을. 쓰리고 아픈 지난 과건 잊겠어.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겠어"
뭐 이 나이가 되고보니 아직 그치진 않았지만 모진 현실도 소낙비처럼 맞아봤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야망을 이루진 못했지만 이 생에 마지막 사랑은 한 사람으로 족하다 여기고 아픈 지난 과거를 잊기에는 아직 젊다. 다만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겠다'는 다짐만은 시들지 않았다. 그래서 내 차례가 오면 주저없이 3582 나 3235(나만의 방식 노래방 번호)를 누르는 건지도 모른다.
인생에 대해 성현들이 남긴 글이나 명사들의 주옥같은 말을 많이 접하지만 뇌리에 명징하게 새겨진 말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 말이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수 많은 점을 찍는데 그 점을 이어서 선이 되고 그 선들이 면이 되어서 마침내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점'은 인연일 수도, 선택이나 사건일수도 있다. 그리고 밤하늘 별처럼 뿌려진 그 점을 이은 선은 누군가에게는 국자모양이거나 곰의 형상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면으로 드러날 때에야 비로소 '인생'을 얘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나름 해석하고 받아들였다.
오늘 밤은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괜스레 모진 사막의 선인장도 되어 봤고, 은빛 동전처럼 비교적 자유롭게 구르며 살았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바람이 실어가서 편히 쉬게 해줄 날은 한참 멀었으니 벌써 지치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그래도 나의 하루는 흐린 밤하늘 어딘가에 별로 찍혔을 거다. 작은 점 하나로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