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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Jan 22. 2021

취임사와 졸업축사

“국민이 다시 이 나라의 통치자가 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 나라의 잊혀진 사람들이 더 이상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겁니다...... 우리는 한 나라입니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의 고통입니다. 그들의 꿈은 우리의 꿈입니다. 그들의 성공은 우리의 성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한 마음을 나누고, 한 가정을 나누고 영광스런 한 운명을 나눕니다..... 새로운 국가적 자부심이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고, 우리의 시선을 치켜 올리고, 우리의 분열을 치유할 것입니다..... 사는 곳이 어디든지 다시는 여러분이 무시당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목소리와 희망과 꿈은 미국의 운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용기와 선, 사랑은 영원히 우리를 인도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한 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국민의 뜻이 들렸고, 그 뜻에 귀를 기울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배웠습니다..... 미국의 이야기는 우리 중 누구에게만, 우리 중 일부에게만 달려있게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습니다......더 완벽한 연합을 추구하는 우리 국민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미국은 위대한 국가이고 우리는 좋은 국민입니다..... 미국을 하나로 묶는 것. 우리 민족을 단합시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를 통합하는 것. 나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이 일에 동참할 것을 요청 드립니다. 우리가 직면한 공동의 적들과 싸우기 위해 단합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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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
거의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취임사다. 나는 무엇이 다른 지, 어떻게 바뀌었는 지를 잘 모르겠다. 바이든의 취임사를 듣다 졸았다는 빌 클린튼이 더 이해가 잘 될 뿐이다.
그보다는 조앤 롤링이 하버드에서 그리고 방시혁이 서울대에서 한 졸업 축사를 소개하고 싶다. 곱씹을만 하고 마음을 움직인다. 진심이 담겼고 삶의 지혜가 숨겨져 있다.

"저는 졸업한지 단 7년만에 관습적인 기준에서 엄청난 실패를 겪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파혼했고, 직업을 잃었으며, 미혼모였고 홈리스를 제외하고는 영국에서 가장 가난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 터널이 얼마나 길지도 몰랐고, 그 긴 시간동안 고통의 끝은 현실보다는 희망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왜 실패의 유익함에 대해 말하는 걸까요? 간단히 실패는 비본질적인 것을 벗겨내어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 아닌 그 무엇인 것처럼하는 것을 멈추었고, 제게 중요한 일을 끝마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붇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저의 가장 큰 두려움이 실현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로웠습니다. 저는 여전히 살아있었고, 내가 사랑하는 딸이 있었으며, 오래된 타자기와 엄청난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딱딱한 바닥은 제 삶을 재건하는 단단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삶에서 몇몇 실패는 피할 수 없습니다. 어떤 것을 하면서 실패없이 살기란 불가능합니다. 너무 몸을 사리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하지만 그 역시 제대로된 삶은 아니겠지요. 그 자체로 실패일 것입니다...... 실패는 시험을 통과함으로써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내적인 안정을 주었습니다. 실패는 저에게 다른방식으로는 배울 수 없었던 나 자신에 대해 가르쳐주었죠.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강한 의지와 절제력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또한 루비보다 훨씬 가치있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게되었죠..... 당신이 고난으로부터 현명해지고 강해졌다는 것은 당신이 마침내 살아가는 능력을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신은 역경으로부터 시험당하기까지는 결코 당신 자신과 당신의 인간관계의 힘을 모를 겁니다. 그러한 지식이야말로 고통스럽게 얻은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선물입니다. 그것은 제가 땄던 어떤 자격증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것이었습니다.....만약 저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장치가 주어진다면, 저는 21살의 저에게 개인적인 행복은 삶이 성취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말해주겠습니다.
당신의 자격증, 이력서는 당신의 "삶"이 아닙니다. 물론 당신은 둘을 혼동하는 어른들을 만나겠지만요. 삶은 어렵고 복잡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아는 겸양이 당신으로 하여금 삶의 우여곡절을 견딜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길이가 아니라 그 내용이 얼마나 훌륭한가 하는 점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앤 롤링. 2008년 하버드 졸업식 축사>

" 제가 어쩌다 음악 프로듀서가 되었을까요? 사실 기억이 잘 안 납니다.....왜 회사를 차리겠고 생각했는지 선택한 이유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사실 큰 그림을 그리는 야망가도 아니고,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도 아닙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구체적인 꿈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 이 표현을 찾아냈는데 이게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 같습니다. 오늘의 저와 빅히트가 있기까지,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불만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습니다. 분명 더 잘 할 방법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튀기 싫어서, 일 만드는 게 껄끄러우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게 싫어서, 혹은 원래 그렇게 했으니까, 갖가지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하는데요. 전 태생적으로 그걸 못 하겠습니다. 제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제 일이 아닌 경우에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됩니다.....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분노하게 되고 이런 문제들과 싸워 왔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는 혁명가는 아닙니다. 다만...불합리, 부조리에 대해서 저는 간과할 수 없습니다. 외면하고 안주하고 타협하는 것은,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닙니다. 원대한 꿈이 있거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것이 지금 제 눈앞에 있고 저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그 분노가 제 소명이 됐다고 느낍니다.....그것은 평생을 사랑하고 함께 한 음악에 대한 저의 예의이기도 하고, 팬들과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이기도 하면서 마지막으로 제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 같습니다.
저는 행복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적으로’ 행복한 것들도 있지만, ‘이성적으로’ 인식하는 행복한 상황도 있을 겁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여러분 스스로가 어떨 때 행복한지 먼저 정의를 내려보고, 그러한 상황과 상태에 여러분을 놓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럼에도 현재 저의 모습을 외부에서 보면 커다란 꿈을 향해 끊임 없이 정진하는 듯 보일 겁니다.....이런 시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저는 별다른 꿈 대신 분노가 있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저를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꿈 없이 살 겁니다. 알지 못하는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쓸 바에, 지금 주어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 본인이 행복한 상황을 정의하고, 이를 방해하는 것들을 제거하고, 끊임 없이 이를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이 찾아올 겁니다....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여러분의 행복이 상식에 기반하길 바랍니다. 공공의 선에 해를 끼치고 본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욕망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 바깥 세상에 대해 끊임 없는 관심을 유지하고, 자신과 주변에 대해 애정과 관용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한 관심 속에서 여러분의 삶에 제기되는 문제들, 여러분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그것들을 해결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상식을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이 자신의 행복을 쫓는 것은 세상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일이 될 것이며.... 저 또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갈 겁니다.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여러분만의 행복을 정의하고 잘 찾아서, 여러분다운 멋진 인생을 사시길 바랍니다. "
<방시혁 . 2019 서울대 졸업축사>

허공에다 외치는 정치인들의 아지랑이 같은 기름진 수사보다 좌절과 실패 어렵고 복잡한 삶의 실체를 말한 조앤 롤링과
꿈과 야망 그리고 미래보다는 분노와 투지 그리고 현실적 문제로부터 행복을 쫓는 방시혁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라면 이미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은 갖췄다.

※전문은 찾아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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