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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Jan 23. 2021

오로라

극야(極夜)라는 현상이 있다. 훤한 낮이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백야(白夜)의 반대 개념이다. 흑야라 불러야 마땅할 것 같은데 밤이 극단적으로 길어 극야라고 한다.
200년 전 이 지역을 찾은 서양 탐험대에게 원주민은 "당신들은 태양에서 왔습니까? 달에서 왔습니까?"라는 인사말을 건넸다고 한다.

일년의 절반 가량을 밤으로 사는 사람들의 세계관을 하루의 절반씩을 낮과 밤로 나눠 사는 우리가 이해하기란 힘들다.
북유럽 여행 중에 잠시나마 백야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캠핑장에서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깨어있는 사람은 한국에서 온 우리 가족뿐이었다. 새벽2시가 가까워오는데도 한국의 늦은 오후처럼 느껴지는 그 곳에서 잠을 청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아무리 낮이 훤해도 각자의 텐트나 캠핑카에 들어가 커텐을 치고 잠드는 게 습관으로 자리잡혀 있었고. 우리 가족은 잠과 어둠을 연관짓는데 익숙한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빙하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카드놀이를 했던 그 낮같은 밤을 잊을 수가 없다.

위도에 따라 백야와 극야를 동시에 겪는 지역이 있다고 했다. 여름에는 백야를 겨울철에는 극야를 경험하는 것이다.
쉽사리 상상은 안가지만 이를테면 일년의 절반씩을 낮과 밤으로 나눠 사는 셈이다. 그곳 사람들의 자전은 무척 긴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살아간다.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삶을 조율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밤이 아무리 훤해도 커텐을 내리고 잠드는 것처럼 아무리 어두워도 낮이라면 불을 밝히고 활동할 것이다.

그것이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에도 지리한 장마처럼 눅눅하기만 시기가 있었고 흐드러진 꽃향기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하루동안에도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날아들어 천당과 지옥, 낮과 밤을 오갔던 적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영원히 밝은 태양만 비춰도 밤만 계속돼도 우리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0년동안 한반도에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를 그리 쉽게 거둘 수 있을까 싶지만 분명 그런 날이 오고 그 지난 세월만큼의 광영이 올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의 밤이 괘 길다. 하지만 날이 밝아올 것만은 분명하다.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없다.
우리 인간이 근접할 수 없는 우주의 신비가 입증해 주고 있고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이 전해주고 있다.

오로라는 아무리 밤이 길어도 희망은 잃지 말라는 무지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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