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훈 Feb 03. 2021

마부

붕어빵 안에 붕어가 없듯 오스트리아 빈에도 비엔나커피가 없다.
" 한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뜻하는 아인슈페너(Einspanner)가 원래 명칭이다. 빈의 마부들이 추운 날씨를 이기고자 뜨거운 커피에 크림을 얹어 마시기 시작하며 알려졌다.
아인슈페너냐 비엔나냐 그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단 마실 때 크림을 커피와 섞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먼저 입술에 닿는 달콤한 크림을 한 입 머금고 그 뒤에 따라오는 씁쓸한 커피를 삼키며 크림의 맛, 크림이 녹아 든 커피의 맛 그리고 남은 블랙커피의 ‘3단 콤보’를 단계별로 느끼는 것이 좋다.”

커피를 자주 마시지만 비엔나커피를 주문한 적은 손에 꼽는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은 한 모금의 와인에서 천상에 오르는 기분, 지중해의 바람을 맡고 지나간 연인을 떠올릴 수 있다고 했다. 커피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원산지며 신맛, 단맛, 초콜릿과 과일향을 맡을 수 있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비엔나커피는 보다 극적이다. 달콤쌉쌀하게 크림의 느끼함을 지우기도 하고 서로 어우러져 카페라떼와 비슷한 맛을 내기도 하다가 마지막은 에스프레소로 남는다.

한 잔의 와인과 커피가 그러할진대 인생의 맛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싶다. 크림의 달콤함은 일순간이고 이내 쓴맛을 느낀다. 한데 어우러진게 참맛이라고 알게 될 즈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열정도 달콤함도 사라진 마지막 한 모금의 에스프레소일 것만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달리 마신다. 입술에 닿는 크림에 안심하고 한번에 마시려다 입천장을 데는 사람도 있을테고 미리 뒤섞어 먹는 사람도 있다.

나는 추운 날의 마부가 되어 인생이 담긴 잔의 어디를 마시는지 가늠해본다.
아직 휘핑크림이 남아있는지. 이미 섞인 맛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쓴 맛이 남아있을 뿐이지.

작가의 이전글 오로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