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퇴근

by 문성훈

#어떤퇴근

밤 11시 늦은 퇴근이다.
사무실이 홍대 번화가 이면도로에 있다보니 차 2대가 겨우 비껴갈 골목에 불법주차가 다반사다.
아주 가끔은 주차단속을 하기도 하는데 형식적이거나 기간이 몰려있다. 주기적이라기보다는 도발적이고, 거리질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지자체 예산 충당을 위해서가 아닐까 의심되는 대목이다.
주민 신고전화에 의한 단속이 있긴한데 그 주민이란 결국 1층 상가 주인들이 자기 손님차를 대기위해 주차할 만한 장소를 지키는 편법으로 활용된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마음놓고 불법주차 차량들이 골목 양켠을 점령했다. 운전연습이라도 시켜려는듯 오른편, 왼편 주차된 차량사이의 간격만 벌려놨다.

그런데...그 사이에서 박스와 폐지를 담는 노인의 리어카가 보인다.
헤드라이트에 놀란 탓인지 아니면 당황해서인지 황급히 박스와 리어카를 묶는 손길이 허둥댄다.
참 정연(正然)하게도 쌓으셨다.

헤드라이트를 껐다.
아내를 태우러 가야하지만, 시간은 충분하다. 아니 촉박하더라도 기다릴 참이다.
수습이나 제대로 하신건지 이내 리어카를 어느 건물 주차장으로 바짝 붙여 댄다.
천천히 전진한다.
노인은 좌우 여유가 있는데도 리어카 각도를 이리저리 차 나가는 방향으로 조정한다.
하기야 외제차들인데 흠집이라도 내게하면 오밤중에 봉변맞기 십상이다.
버젓이 넓은 노상주차장이 비어 있는데도 이런 차들을 골목에 주차시키는 그 배짱이 놀랍다기보다 신기하다. 대개 20대의 클럽을 찾은 젊은이들이다.
마음이 언짢다. 허둥대던, 연신 머리를 조아리던 노인의 잔상이 쉽사리 지워지지않는다.


밤늦은 시각.
생계를 위해 폐지와 박스를 담는 노인과 유흥을 위해 밤마실 나온 젊은이.
노인의 전 재산이자 장사밑천인 리어카와 도저히 그 나이에 번 돈으로는 못살것 같은 외제승용차.
언제든 비켜설 수 있고 잠시 정차했을 뿐인 불편과 연락처마저 써놓지않고 주차시킨 불법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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