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by 문성훈

우리사회는 큰 사건이나 사고에 맞닥뜨리게되면 다시 반복되지 않게 그 이면에 가리워진 진실이나 핵심을 들춰내기보다 일시적인 봉합책을 제시하거나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만을 부각시켜 해결하려드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이런 불행한 사태마저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왜곡시켜 확산시키려는 경향을 보이는 몹쓸 집단마저 존재한다. 원인 규명보다는 책임 소재를 묻는데 급급하고 보니 희생양를 필요로 했고, 무관한 데서 원인을 끌어대기도 한다.
전정권 시절 세월호 참사 처리과정이 그러했고, 최근 고성 산불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기인한다는 야당의 논리는 참신하고 기막힌 정치적 발상이다.

여러분은 피톤치드로 가득 찬 숲에서 나무들로 가리워진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무 밑둥에서 솟아올라 여러갈래로 뻗은 가지와 나뭇잎은 서로 엇갈리며 동심원을 그리며 자란다. 햇볕을 고루 받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심지어 큰 나무는 길게 뻗은 뿌리에 저장한 물을 매마른 시기 갓 성장하는 어린 나무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한다.
이렇게 무성한 숲을 이루다가 생장의 한계점에 도달하게되면 스스로 기름 가득한 이파리를 피워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산을 뒤덮고 있는 수종인 참나무들도 그러하다. 발화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서 낙뢰나 자연발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산불 역시 나무들이 택한 생존전략 중 하나인 것이다.

4월 5일 식목일이면 산으로 들로 몰려나가 나무를 심던 행사를 치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공휴일도 아니니 무심히 넘기는 평일과 다를게 없어졌다.
아마도 정부로서는 1960년대부터 이어 온 '붉은 산'을 푸르게 가꾸자는 정책이 어느정도 성과를 이뤘다는 자신감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조림후 30년이 지난 즈음을 관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산정하는 세계추세를 감안할 때 1990년 이후는 산림 보존과 관리에 공을 들였어야하는데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보다 먼저 이런 사회전 논의를 거친 미국은 일종의 인공산불( prescribed burning , controlled burn)을 낸다. 우리나라 역시 산림청이 90년대 이후로 '간벌'이라고 해서 나무들을 솎아내고 있긴 하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원으로 소규모에 그치는데다가 베어낸 나무마저 방치하기 일쑤다.
산불이 나면 끌 수있게 임도를 낸다면서 아까운 수종들만 베어져나갔다. 임도를 구실로 토건을 했을 뿐이다. 임도가 제 구실을 하지 않으니 정작 산불이 나도 헬기가 뜨지않으면 소방관들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산불이 나게되면 도시 진화에 익숙한 소방관들에 앞서 산불진화에 특화된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가 동원된다.
깊은 산곳 특히 헬기마터 뜨지못하는 야간진화 작업은 이들 없이 불가능하다, 300여명인 이들은 비정규직인데다 일당 10만원이다. 가장 위험한 산불 최전방에서 사투를 벌이는데 산림청 예산이 빠듯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한시가 급한 정부 인사를 붙잡고 실랑이 한 야당 대표의 일당은 얼마나 될지 궁금한 대목이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못지않게 산림청 특수진화대의 처우 역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나라를 떠받치는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이름없는 영웅)에게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기울일 사람은 우리 국민들밖에 없다.

한식이나 청명을 맞아 성묘를 가게되면 산 입구 현수막에는 '산불조심'이나 그에 관련된 표어들이 선연한 붉은 색으로 나부꼈다.
'찬음식을 먹는 날'인 한식(寒食)은 '불'과 연관된 설화에서 비롯됐고, '하늘이 맑아진다'는 청명(淸明)과는 하루 차이거나 같은 날이다. 청명은 4월5일이 식목일로 제정된 연유이기도 하다. 청명은 양력으로 4월4일~6일에 해당된다,
2019년 4월5일(음력3.1)은 한식이자 청명이며 식목일이 겹치는 날이었다.
그야말로 "맑은 날(淸明) 성묘하고 난 뒤 나무 한그루 심고(植木), 좋아하는 냉면(寒食) 한 사발로 땀을 식혔으면 딱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전날(4.4)저녁 일어난 산불로 전 국민이 노심초사했고 다음날(4.6)에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니 숨가쁘게 지나 간 2019년 4월 5일이었다.
몰지각한 정치인들이 함부로 무속적인 말들을 쏟아내던데 차라리 이런 우연과 사건이 겹치는 것이야말로 옛 조상들이 후손들을 일깨우려 하신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게 낫다.

이미 몇십년전부터 예견된 '인구절벽'이 코 앞에 닥쳤음에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못하고 우왕좌왕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랫동안 방치했다 이제서야 챙기려니 산적한 문제가 한 둘이겠는가? 정부의 부처 이기주의와 단기적 성과에만 매달렸던 정권들로 말미암아 민족의 미래마저 암울한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들어 자주 일어나는 산불대책 또한 매한가지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겪었던 과정이고, 담배불이나 등산객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인재(人災)보다 낙뢰나 바람에 의한 나뭇잎 마찰로도 일어나는 천재(天災)의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2019년이다. 20년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근원부터 챙기고 긴 안목으로 대처하는 슬기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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