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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Feb 11. 2021

스마트 폰

하는 짓을 영 못마땅해하면서도 오랫동안 아이폰을 썼었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인정하지만 애플의 콧대 높고 오만한 정책들 가령 불민한 A/S, 악세서리까지 사악한 가격, 폐쇄적인 운영체계 등은 늘 꺼림칙했다. 거기에 더해 오랫동안 애플에 다니다 귀국한 후배에게서 들은 애플의 백인우월적 기업문화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디자인과 기술력 때문이었다. 잡스의 디자인 철학 그 철학이 배어든 외관과 UI는 여전히 최고였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카메라 기능, 미끄러지듯 스크롤되는 ios의 막강한 위력 때문이었다.
팀 쿡이 바톤을 이어받으면서 디자인 DNA가 사라져가는 걸 보면서 언제나 찬밥신세인 코리안 호갱님에서 탈출했다. 같이 장을 보거나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간단하게 **pay로 결제하는 아내가 부럽기도 했다. 결국 갤럭시 노트로 갈아탔고 두 번 교체했으니 4년이 되어간다.

그런 애플이 최근 인종간 평등 및 정의를 위한 펀드 설립에 1억달러를 투입하는 프로젝트(REJI)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흑인 대학(HBCU)을 위한 사상 최초의 글로벌 혁신 및 학습 허브인 프로펠 센터, 디트로이트 지역 학생들의 코딩 및 테크 교육을 지원하는 Apple Developer Academy, 그리고 흑인 및 갈색인 기업인을 위한 벤처 캐피탈 펀딩 등이 포함된다.
뉴스 뒤집어보기가 습관이 된 나는 최근 구글, 넷플릭스, 애플과 같은 IT기업들의 이러한 다양성 강화 방안이 얼마나 미국사회에 팽배한 인종간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 보이지 않는 차별이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애플의 이러한 노력까지 폄하할 수는 없지만 진정성과 내부로부터의 변화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애플의 최고 등급 임원은 대부분 백인이다. 2017년에는 모두 백인이었고, C레벨 임원 12명 중 11명이 백인 남성이었다. REJI역시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해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한창일 때 발표됐으니 지켜 볼 이유가 충분하다.

얼마전부터는 골프장에만 있는 줄 알았던 새로운 SNS 플랫폼 클럽하우스가 화제다.
초대한 사람들과 음성으로 대화를 나눈다고 하는데 나는 경험하지 못했다. 현재까지는 아이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되어 나온다는 소식도 들린다.
클럽하우스가 트위터, 페이스북만큼 성장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나와는 먼 얘기가 될 것같다. 사용법이나 후기를 들어보니 나의 생활 패턴이나 성격과는 맞지 않을 것 같아서다. 내가 트윗이나 인스타그램, 메신저를 쓰지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페북 역시 차츰 회의감이 들기는 하지만 이왕 내친 걸음이어서 세상으로 열린 유일한 창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쓰고 있는 갤럭시노트는 '갤럭시노트 20'이 최신 기종이다. 전체적인 판매량은 알 수도, 굳이 알고 싶지도 않지만 우리 사무실에서는 최고 인기있는 기종이다. 한 두사람이 바꾸더니 이제는 대다수가 이 기종을 쓴다.
최근 스마트폰이 신경쓰고 역점을 두는 기능이 카메라다. 그래서인지 카메라 기능이 다양해지고 향상되면서 렌즈부분이 튀어나오는 것만큼은 어느 스마트폰이나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몸체 두께가 얇아질수록 더 도드라져 보인다.

기술적으로 극복이 안되니 악세서리가 커버를 한다. 즉 취약한 렌즈부위를 보호하려고 테두리가 튀어나온 형태이거나 전체적인 두께는 늘어나더라도 신용카드 2장을 넣을 수 있는 포켓으로 활용하는 케이스가 나온 것이다.
이것이 지금은 보기가 힘들어졌지만 예전에 승용차 범퍼에 붙이던 범퍼가드 악세서리를 연상시킨다. 원래 범퍼가 충격을 완화하거나 차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 범퍼를 보호하려고 범퍼가드를 붙였던 것이다. 어차피 범퍼가드로 범퍼에 생기는 스크래치 정도는 방지할 수 있겠지만 작은 사고에도 범퍼는 갈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래 그렇게 탈착하며 바꾸는게 범퍼다.

나는 오래전부터 스마트폰 액정에 보호필름을 붙이지 않는다. 최초 한두번은 보호필름을 붙이고 썼었다. 그런데 거의 2년주기로 바꾸다보니 구형의 액정화면은 언제나 새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알게됐다. 괜히 불편을 감수하고 깨끗한 화면을 포기하면서까지 액정만 끔찍히 아낀 셈이었다. 그래서 파손보험은 들지만 필름을 붙이지는 않는다. 사용하는 동안은 마음껏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기술력을 증명하는 척도로 두께를 얇게 만드는데 오히려 두꺼운 보호케이스를 씌우는 소비자나 극복하지 못하는 렌즈의 두께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악세서리 제조사가 나로서는 흥미롭다.
어쩌면 스마트폰 제조사의 마켓팅 전략에 소비자가 농락당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비싼 첨단 IT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이런 문제점을 모를리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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