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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Feb 13. 2021

이듬책방

"오늘 책방 하나요?"
"네. 합니다."
교통 어플을 열어보니 환승없이 한번에 갈 수 있다. 내린 정류장에서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시인의 책방이 있다.
입지나 상권을 분석해본 적도 이재에 밝을 리도 없는 시인이 호수공원의 풍광에 매료되어 무작정 연 첫번째 책방이 쫓겨 온 곳이다.
쫓겨왔다는 표현은 적절하다. 그곳에서 보낸 지난 3년동안 탈모가 올 정도로 건강까지 해쳐가며 적자운영을 했다니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친구를 벌고 우정은 싸서 옮겼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예전에는 창고였다는데 임대료는 낮아졌고 볕이 잘 드는데다 더 넓어졌으니 '확장이전'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이곳은 일산의 뜨트머리 쯤이다.
와서보니 오래전 그러니까 연일 계속되는 밤샘 작업에 모처럼의 휴일 늦잠을 자던 내 젊은 시절. 아빠가 깰까봐 아내가 조용히 큰애를 놀이터로 데리고 나갔던 빌라가 모여있는 동네다.
시인은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이곳으로 왔고 나는 이 동네에서 애들을 길러서 시인의 이전 책방이 있던 동네로 이사간 셈이다.
굳이 엇갈린 인연은 아닌 것이 이 책방을 찾게 된 이유가 자발적이지는 않아서다. 김이듬 작가의 팬인 친한 동생이 으름장을 놨다.
"형. 형 사는 동네에 김이듬작가 책방이 있잖아. 교보 가지말고 거기서 책 사!"
책방언니로 늙어가고 싶다는 시인의 바램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한번도 받지 못했다는 최저시급이 아니라 좀 넉넉히 돈이 쥐어져서 자신의 생각보다 인간은 더 아름답더라는 믿음이 더 굳건해지기를 바란다.
우연히도 사무실에서 도보로 가는 거리에 <당인리 책 발전소>가 있다. 산책하며 늘 지나치는데 두어번 들러서 책을 샀었다. 독립서점 치고는 북적인다. 목도 좋은 편이고 주인 부부가 유명인이니 운영하는데 별 걱정없을 것 같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이듬책방>도 작은 규모라 그리 다양한 서적을 구비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어떤 책이라도 선주문하면 가져다 둔다. 나 역시 이산하의 신간 시집 '악의 평범성'을 주문했다. 그렇게 한번 더 다녀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려던 신간 한 권도 눈에 띄던데 다음번에 사려고 부러 사지 않았다. 차만 마시고 가야할 때를 위해 쟁겨놓은 것이다.
아무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도 눈치주지 않는다.
커피를 주문하니 좋은 차가 있다고 권해서 시켰다. 부탁하지 않았는데 바닥이 보일 때쯤 따뜻한 물을 채워준다. 두런두런 사람들 소리가 들려 물어보니 따로 스터디를 위한 방이 갖춰져있다고 한다. 아마 문학 토론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이듬책방
주소 : 고양시 일산서구 성저로 70
개장시간 : 오후 1시~6시 (코로나 동안), 월요일 휴무
문의 : 031-901-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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