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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Feb 22. 2021

지퍼헤드(Zipperhead)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암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
28살 무렵 '한라산 필화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적의 심장부에 두번째 폭탄을 던지는 심정으로
항소이유서에 '김일성 장군의 노래' 가사를 썼다.
담당변호사가 급히 교도소로 달려와 말을 더듬거리며
"다, 당신, 주, 죽으려고 환장했느냐.지금 검찰과 법원까지 발칵 뒤집혀 황교안 공안검사가 이자는 손목을 잘라 평생 콩밥을 먹이겠다고 난리"라며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 <악의 평범성 / 이산하>의 '항소이유서'中에서

다행히 손목을 잘리지 않은 시인은 가난한 천장에서 새는 물방울이 도끼가 되어 이마를 찍어대는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며 시 한권을 썼고, <악의 평범성 / 이산하>
손목을 자르겠다며 광분하던 공안검사는 승승장구하다 번뜩이는 대통령권한대행 명패를 챙겨 퇴직했는데 평전 한권이 나왔다. <나는 죄인입니다 / 김우석>

시인은 존경하는 선생님의 휠체어를 밀며 휠체어 자국에서 끊어질 듯 다시 시작되는 패인 역사의 생채기를 더듬는데
황교안의 고백록이자 참회록이라는 책 표지의 환한 얼굴에도 책의 어느 한 줄에도 진정한 참회와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

자연계 출신에 속물스런 나는 이산하 시인의 시집이 나오기까지 걸린 22년 세월, 고백록에 담긴 황교안이 정치권에 머문 2년의 의미,
9000원과 16000원이라는 책갈피 수로 매겨진 가격에 좌절하고 41과 75라는 숫자를 이해못할 뿐이다.
<악의 평범성, 이산하 9000원 (시/ 에세이 75위-교보)
<나는 죄인입니다,김우석 16000원 - (정치/사회 41위-교보)>

과연, 시인이 자신을 불살랐던 역사는 허무하게 재로 흩날리고, 황교안의 결코 평범치않은 악은 윤기 흐르고 멀끔한 얼굴로 우리 일상에 녹아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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