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년간을 만나지도,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빠지지 않던 친정부모 제사에도 언니는 오질 않았다.
“느그들은 와 번갈아 가믄서 오기로 했나? 니가 오모 길자가 안오고, 니가 안올 때는 길자가 오디만…”
“그러게 누부야. 둘이 짠거맨키로…. 와 무슨 일 있나? 싸웠나?”
“싸우기는 우들이 얼라가?… 아프니까 그렇컸지.”
속없는 오빠와 동생들은 그렇게 한마디씩 하고 말 뿐이었지만 그녀의 속은 쓰리기만 했다.
전화를 해도 언니는 받지 않았다. 그저 가끔 조카를 통해 언니 소식을 건너 들을 뿐이었다. 그녀 역시 더 이상은 연락할 수 없었다. 남편이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그랬던 언니가 찾아왔다. 그것도 형부와 함께. 병원으로 찾아 온 것이었다.
“최서방이… 시상 건강하던 사람이… 사람일은 모리겄네. 우리가 먼저 갈 줄 알았구만…. 최서방. 마이 상했더라… 안그래도 까만 사람이 숯검뎅이가 됐더라, 암튼 맴 단단히 묵어라. 다 그리 간다… 얼매 안있으모 나도 갈끼고… 니 형부도 인자 다 됐는가 싶다. 어제는 빤쭈에 피가 한그슥….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안되나. 흐미 니 얼굴이… 이기 뭐꼬…. 뭐 챙기 묵고는 있나?”
“준이하고 현이가 번갈아가믄서 와서 잔다. 내 신경쓰지 말라카믄서…. 언제 올라왔노?”
“오늘 새벽 기차 탔다. 케이티엑스(KTX)…. 좀 있다 내리가야지. 봤으이…. 암튼 니부터 챙기라. 알긋제?”
“아픈 사람이 안됐지. 내야 뭐… 잘 잔다. 잘 묵고…. 첨에야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 인자… 뭐 우짜겠노. 그리 가는가비다 카는기지. 준이아부지 명이 그까지배끼 안되는가비지. 병원서도 퇴원해라카더라. 인자는 할 게 없다고….. 내일 퇴원할끼다.”
“흐이구… 너그 형부도 아즉 살아있는데… 참 너그 형부는 명이 땃줄인갑다. 내 죽기 전에 저 양반이 먼저 가야…. 아 들이 고생을 덜해도 덜하낀데……”
퇴원한 지 한 달을 못채우고 그녀의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언니 내외는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다. 오지 않아서 한편 다행이기도 했다. 약국댁이 그녀와 함께 했다. 이제는 보청기를 끼고도 잘 들리지 않았고, 자기 신발도 분간을 못하는 눈으로 굳이 그녀 곁에 있겠다고 했다. 발인 전날은 같이 잤다. 그날 밤이었다.
“준아…. 자니?”
“와? 안잔다…. 잠이 안오네.”
“준아…. 잠든거야?’’
그녀는 돌아누워서 잠들지 않았다는 기척을 했다.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보청기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빼놓았다.
“나….. 니가 처음부터 참 좋더라. 언니같이 오빠같이 의지가 되기도 하고….
말을 해도 나는 너처럼 그렇게 재미있게 못하잖아. 니가 있어서 그 동네 못떠나겠더라.
호야아빠는 벌써부터 서울 올라가자 한거를….. 낯선 데... 니도 없는데서 살 자신이 없더라.
거기서 우리 애들 다 키우고…. 한 세월 니 덕에 차암 잘 보낸 거 같다.”
“참… 볠 소리를 다하네. 서방 죽고 위로 받을 사람은 낸데. 니가 와 그라노?”
“그리고 있잖아. . . . 고 ㆍ맙 ㆍ 다…..”
박연희. 약국댁으로 불린 팔순 노인의 앙상한 어깨가 가늘게 들썩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