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8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by 문성훈

그리고 2년 남짓. 뜸하게 오던 언니의 전화가 갑자기 빈번해진 건 서너달 전부터였다. 우울성 가성 치매라고 했다. 우울성이라고는 하지만 조울증처럼도 보였다.
하루종일 아무 말 하지않는 날도 있었고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울부짖었다. 없던 의심병이 생겼다. 질부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래… 질부야…. 고생많제? …니가 마이 챙긴다믄서….. 너그 어무이는 어떻노?”

“아입니더. 이모님. 두분 다 괜찮으세예. 그런데…. 어무이가….”

“와? 마이 안좋나?”

“그기 아이고예….. 자꾸 저보고 어무이 화장품을 허락도 없이 덜어간다고…. 의심을 하세예. 요즘은 반찬 해갖고 드릴라캐도 아파트 앞까지 나와서 받아가세예. 제가 집에 못들어가그로… 제가 청소도 해드려야 하는데…. 우째야지예?”

“글나? 하이고…. 우짜긋노… 가만 냅뚜야지. 느그 어무이 성격 모리나. 병원서는 뭐라카드노? 병원 가봤나?”

“우울성 가성치매라 캤는데… 저번 주에 애비랑 병원갔는데예… 초기치매로 진행됐다고 약 챙기왔데예. 그리 심한거는 아이고…. 근데 자꾸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하시야 좋다는데….
두 분 다 잘 안나오세예. 아버님은 그래도 자주 저희집에 오시는데… 어무이는 통…. 요새 자주 전화 하시지예? 우짭니꺼 이모님 힘드시지예?”

“아이다. 내야 받다가 안받다가…. 어떤 때는 끄뿌고 잔다. 괘안타 내는…. 느그가 고생이지. 알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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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언니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후로 언니의 전화를 무작정 거부할 수 없었다. 박연희가 죽었다고 한 건 그녀가 작정하고 한 두번쩨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박연희를 가장한 친구 명숙의 사과로 언니를 진정시킬 수 없다는 걸 안 이상 별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다.


“그런 말도 하지 말고…. 벌받는다. 내가 분명히 저번에 전화할 때 약국댁이 죽었다 캤다…… 내가 안 갔드나 장례식장에…. 얼쭈 반년이 다돼갈끄로……

그나저나 세이 니 와 신장 투석 안한다꼬 그래쌌노. 받아라. 받으모 더 좋은께네 받으라카는거 아이겠나? 식이하고 으이가…. 가들이 안그래도 힘들낀데… 와그리 아-들 애를 믹이노.”

“치아라. 마…. 내는 죽어도 그런 숭한 거는 못하겄다. 함부래 아 들한데 뭐라 카지 마라. 내는 안받을낀께. 하이고... 그기 그래 죽었는가배. 그리 죽을끄로….. 차…암….

“그라니까. 인자는 세이 니만 신경써라. 형부는 아 들한테 맽기고…. 뭐 콩팥이 5푸센튼(%)가 밖에 안남았땀서…. 우짤라고 그라노 으이”

“알긋다. 내가 다 알아서 한다…. 끊자! 내 니 형부 밥 챙기야 된다. 밥을 무야 약을 묵지.”

언니의 신장 기능은 이미 8년 전에 십 몇 퍼센트가 남았다고 했다.
‘5%면 5년은 더 살 수 있을까? 3년? 2년…. 아니면…’ 갑자기 오한이 드는 것만 같다.
겨울은 이제 끝물인데 그녀는 난방 온도를 올려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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