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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r 05. 2021

날개

세상이 쌓은 높은 벽을 두드리다 마침내 스스로 허물어진 젊음이 있다.
무감한 이의 소리없는 탄환에 떨어진 꽃 봉우리도 있다.  

선택할 수 없었고 원하지 않았던 타인으로서의 삶이 더 길었던 변희수 하사.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여자로서의 삶은 불과 1년 남짓이었다.
세상은 그녀가 용기를 냈다는 이유로, 벗어놓은 속박의 굴레 대신 혐오와 편견이라는 가시가 안으로 돋힌 철모를 씌워 두번째 강제 전역을 시킨 것이다.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던 전차조종수 변희수 하사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숫자 하나를 더할 수 있는 기회밖에 갖지못한 채 스물 셋의 짧고 고된 여정을 마감했다.
군 당국이 새긴 ‘심신장애’라는 주홍글씨는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세상 우리 모두의 가슴팍에 문신으로 남았다.

불과 하루 전.
작년 11월 생애 첫 투표를 했던 미얀마의 19세 소녀는 자신의 선택과 신념을 지켜려다 자신을 지켜줄거라 믿었던 자국 군인의 총탄에 숨지고 말았다.
“다 잘 될거야(Everything will be OK)”가 새겨진 티셔츠를 물들인 그녀의 붉은 피는 세상에 잘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자신의 시신을 기증한다는 유서 아닌 유서만 남긴채 돋아난 날개로  자신을 낳고 키운 나라를 내려다 보고있을 소녀의 이름은 에인절(Angel)이다.

군인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젊은이와 군인의 총탄에 숨진 소녀.
세상은 잔혹하고 몰인정하기만 하다. 그렇게해서 지키려는 것은 무엇이며 놓치 않으려던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심신장애를 앓고 있는 우리 모두를 두 사람이 내려다 보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는 여전히 이대로도 잘 될 거라는 미신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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