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케이틀린 도티>, <좋은 시체가 되고싶어 / 케이틀린 도티> 이건 가족톡방에서 딸아이가 내게 있느냐 물어보던 책이고,
<12가지 인생의 비밀 / 조지B.피터슨>, <아비투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 도리스 메르틴>, <하버드 상위 1%의 비밀 / 정주영> 이건 또 아들녀석이 보고싶다는 책인데 역시 내게 확인을 요청한다. 우리 아이들이 요즘 젊은이답지않게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서가 아니다.
언제부턴가 집에 같은 책이 드문드문 보였다. 있는 줄 모르고 다시 산 것이다. 그래서 편리해진 세상 덕을 보려고 모바일서재 앱을 깔았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가족들과 자료공유를 했는데 그들에게는 리스트만 나오지 검색은 안되는 모양이다.
그나마 딸아이는 좀 책을 읽는다지만 아들은 앞으로6개월을 배에서 보내게 되다보니 이번 기회에 좀 읽으려나보다 싶어 내심 반가웠다.
그런데 아무리 아롱이다롱이로 성격과 취향이 다른 남매지만 선호하는 책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싶다.
‘웬 좋은 시체?’싶어 훑어보니 ‘여자 장의사의 유쾌하고 발랄한(?) 에피소드’라고 쓰여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꺼림칙하지만 사다 줬다. 아들은 책도 간혹 읽는데다 그 책마저 어째 별로 마음에 안든다. 별 도움 안될 것 같은 자기계발서들이다. 나 역시 그만한 나이였을 적에 하버드의 공부벌레를 읽으면 공부를 잘하게 되고, 성공하는 법칙에 따라 시테크를 하면 인생길이 환하게 밝아올 줄 알았으니 마냥 탓할 수만은 없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사라고 했다. 그나마 읽겠다는게 어딘가. 언젠가는 집에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이란 책이 꽂혀있어 깜짝 놀랐더니 아니나 다를까 딸이 사다놓은 책이었다.
아들녀석은 앞으로 반년동안 LPG선을 타고 망망대해를 가로지르게 된다.
해양대생이라면 거쳐야하는 사관으로서의 실습과정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항구에 도착해도 육지에 오르지 못한다니 영어의 신세가 따로 없다.
퇴근하니 짐을 싸던 아들이 “아빠. 아빠가 책 몇 권 더 선정해서 주세요. 가져가서 읽을께요.”라고 한다. 자발없이 아들이 산 책에 마뜩잖았던 마음이 사그라졌다.
이전에 친구가 아들에게 입학선물한 <김재철 평전/ 814쪽>을 다 읽지 않은 것은 알고 있던터라 “김재철 평전 어때?” 물어보니
“음… 제가 짐이 많아서요… 그건 넘 무거워요.”란다. 벽돌책이라 안읽힌다는 뜻이렸다. ‘네. 그럴줄 알았다, 이놈아. 그렇다면….’ 곰곰히 낮에 아이들의 문자를 받고 잠시 개운치는 않았지만 이내 추스렸던 마음을 떠올렸다.
‘그래. 지금은 독서에 재미를 붙여야 할 나이고, 아무리 자식이지만 취향을 존중해줘야지. 나는 저만할 때 안그랬나 뭐…’
페이지도 적고 내용도 술술 읽히는 책 몇 권을 뽑아서 건네줬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 데일 카네기>,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희박한 공기 속으로 / 존 크라카우어> 등등이다.
골프가 어려운 건 평상시 쓰지 않던 근육을 쓰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가 왼팔과 왼손을 주로 써야하고 검도처럼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척추를 축으로 해서 비틀어야하는 편방향 운동이다. 왼발로 벽을 쌓아서 멈춰야 하고. 오른발에서 왼발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하는 등 어색하고 불편한 동작이다.
이런 동작이 익숙해지도록 끊임없이 연습하고 복기해서 두뇌가 아닌 근육이 익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스윙을 가져가고 자다가 깨서 그립을 잡아도 바로 잡을 정도가 되면 그제서야 재미가 있고 즐겁게 라운딩을 할 수 있게 된다.
독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싶다. 책을 읽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눈으로 읽고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머리로 받아들여서 마음에 담는 과정이 그리 녹록하거나 재미있을리 만무하다.
습관을 들여야만 한다.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이 머리와 마음에 녹아드는 희열을 맛보게 될 때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게 될 때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조차도 자신있게 책읽는 게 즐겁고 좋아하는 취미라고 말하지 못한다.
배를 탄 지 하루가 지난 아들이 톡을 보내왔다. 일본이라고 했다. 카타르까지 간다고 했던 것 같다. 보내온 사진은 출렁이는 바다다. 확실히 사진 촬영은 누나를 못따라간다. 어제는 혼자 쓰게 될 자기 방을 찍어서 보냈는데 조금 과장하면 비즈니스 호텔급이다. 집에서 쓰던 방의 서너배는 됨직하다.
애닯은 모정은 방 사진 찍어보내봐라. 아침에 잘 일어났냐 모닝콜을 하고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느냐 안달이 났는데 애비인 나는 “야~ 방 좋더라. 아주 그냥 계속 타라 배. 아빠같으면 안내리겠다”고 했다.
오늘은 가족톡방에 올라온 바다 사진과 모자기간 오가는 연서를 읽다가 한마디 툭 던졌다. 윗사람들한테 “낚시 좀 하겠습니다. 그래 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