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인 아들에게

by 문성훈

내쳐두고 지켜만 본 애비인지라 이만큼 잘 커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그렇다고 애뜻한 연인 사이같은 너희 모자지간을 시샘하는 건 아니니 오해말거라-
암만 앞서 걷는 세대이고 인생 선배라지만 애비 또한 한번 뿐인 인생이고 처음 해보는 부모 노릇인지라 실수를 난발했고 후회는 적잖게 쌓아둔 채 살고 있음을 먼저 고백하마.
이제는 기억마저도 흐릿한데 애비의 20대는 거듭된 실수와 판단 착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끓어오르는 격정 그리고 암담한 현실과의 충돌과 좌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시대가 그랬다는 비겁한 변명을 하진 않으마. 나보다 더 거친 가시덤불을 헤치고도 우뚝 선 동년배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대개 감정에 몰입되어 있을수록 시간은 빨리 흘러가는 것이어서 시간의 뜰채에 담아 건질 것이 별로 없단다. 너의 찬란했으면 하는 20대는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마저도 내 영역은 아닌 것이 분명하니 어쩌겠니 그저 여태껏처럼 지켜 볼 밖에….
법적으로는 성인이라지만 아직은 애비가 쳐 둔 울타리안에 머물고 있으니 잔소리 같다만 잘 들으렴.
니가 고2때. 그러니까 제법 공부를 아니 시험을 잘 보는 학생으로 학교에서 주목받다가 등한시했을 때 말이다. 니 엄마가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나더러 너를 앉혀놓고 타이르라고 했지.
그때 애비가 한 말 기억하니? 그저 거실에서 마주쳤을 때 내가 지나가듯 물었다. “너 나중에 후회 안할 거 같니?” 너는 대답했지. ”아뇨. 아빠 저는 지금이 좋아요.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나는 “그래? 알았다.”고만 했다.
그리고 고3이 되어 니가 엄마와 대학 진학을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1년 전의 대화를 상기시켰던 걸 너를 기억할게다. “아직도 후회 안되니?” “지금은 좀 후회돼요…..” 그때 아빠는 딱 한마디만 했었다. “그래. 그럼 됐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아빠가 그 때 왜 그랬는지를 생각해주면 고맙겠구나. 아빠 역시 후회의 창고에 쟁겨두지 않게 해주렴. 아직은 문가에 놔줘서 끄집어내기 수월하게 놔뒀단다. 후일 빠른 날에 태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너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단다. 너희를 풍족하게는 못해줬어도 힘닿은데까지는 넓은 세상을 보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마에게 들은 바로 너는 네 누이와는 다르게 한국에 살고 싶다고 했다더구나.
너의 선택이고 바램일 테니 카타부타 말할 수 없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만 애비는 그 이유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돈만 있으면 편하게 잘 살수 있는 나라인데…”라고 했다지.
과연 그럴까? 그런 나라의 국민이면 행복할지 애비는 자신할 수 없구나. 나는 니가 무슨 일을 하고 얼마나 풍족하게 살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만 그게 전부이고 우선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런 바램이 잘못되거나 젊은 세대 일부의 생각이 아니란 것도 말이다.
그런데 아빠는 니가 “무엇을 하고 얼마나 잘살게 될까?”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고 무엇을 생각하며 살게 될까?”가 더 궁금하고 중요하단다.
아들아! 언제나 생각하렴.
어떻게 살게 되든 반드시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을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말이다.
아빠는 니가 불평을 하느니 차라리 신음을 삼키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비참하고 끔찍한 현실에서 눈길을 거두지 않기를 바란다. 추악함과 위선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사람이 되거라.
악과 악을 추종하는 세력에 맞설 용기를 위해 늘 기도해라. 불의와 부정에 굴복하느니 인정과 검박을 받아들이거라.
혼자 앞서가지 말고 부축해서 함께 가거라. 너와 네 가족의 행복이 넘쳐흐를 때 세상 그늘진 곳에는 굶주리고 헐벗은 이웃이 있음을 명심하거라.
그래서 지나간 역사의 교훈을 기억하는 지혜롭고 따뜻한 어른이 되어 이 애비의 실수와 후회를 반복하지 말기를 간곡히 당부하마.

1612411668885.jpg
이전 07화그런데 20대인 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