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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y 17. 2021

럭셔리 브렉퍼스트

스승의 날 / 광주

초호화판 콩나물국밥. 전복,낙지, 소고기, 대추...

새벽 한 5시나 됐을까 사모님이 밤손님처럼 살금살금 문을 열고 들어오시더니... (깬 걸 알면 미안해하실까봐 뭐하시나 실눈을 뜨고 봤다.)
머리맡에 찬 생수를 두고 나가셨다.
혼잣말로 속삭이듯 "아그들이 목마를꺼신디... 물 찾을꺼싱께...' 하시면서..

오늘 새벽. 잠자리에 들 때만 해도 '도저히 아침은 못먹겠구나' 했는데 술술 들어간다.
맘 속으로 '니가 인간이냐 도야지냐?' 욕하면서 먹는다. 그 속도 모르고 사모님은  
"그치, 쪼~것도...  언능 무거~... 느들이 하도 그래싸서 쪼까 담아쓰(무슨 농담을 이리 심하게...).... 찹쌀이여 소화 잘 될꺼신께... 아따. 참말로..우리 슨생님은 아그들 묵기좋게 전복 좀 쪼사주시요잉...  
쩌 봐... 쩌 봐... 승후이는 안묵는다 못묵는다 쌈씨렁도 잘 묵는당께(그러게요. 저는 사람이 아닌가봐요. 아무래도 도야지... ㅠㅠ) 흐미 사랑시러운 거...♡"라고 하신다.  
선생님은 묵묵히 가위를 들고 전복 이빨 뽑고, 전복을 잘라주신다.

뭔 후식이 왠만한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다.
그것도 벅찬데 "잠깐 스토쁘(stop). 쩌~번부터(그 시점이 언제였을까?) 느그 오믄 줄라고 했던거시란께... 육포 꺼내온단 거 깜빡해부렀쓰야..."

몽골 유목민은 그 육포만으로 사막을 건너겠다. 죽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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