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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y 17. 2021

미나리 (다큐멘터리)

스승의 날 / 광주

"느그 줄라고... 승후이('성훈이'가 아니다. 늘 '승후이'시다.)는 미나리 잘 묵자네. 쩌번 담양서도 잘 묵두마. 그래싸쓰 채소가게 갔는디... 어째쓰까 없으야. 미나리밖에... 불미나리가 좋은디. 근데 사장이 "사모님 처가에서 보내온 불미나리가 좀 있는디 드릴까요?" 그라잖꺼쓰. 언능 달라 해부렀지. 4000원 달라두마...
5000원 줌쓰로 "사장님 참 고맙구마이라. 우리 아그들 줄 것인디... 돈주고도 못살 귀한 거신께...그랑께 잔돈 넣어두소.  주지말랑께요"그라고 와부렀쓰.
엄매나 고마버. 이거이 쯔그 임실꺼시랑께. 그 사장 처가가 끄니께. 향이 말도 못해. 불미나리랑께... 느그 오믄 이거슬 먹여야쓰건는디 함쓰롱도  없어서 속상할 판인디 얼매나 고마븐가 모르겄쓰... 그랑께 느그는 먹을 복이 있쓰야~"

무등산 자락. 두 분께서 이 동네 터잡으신 지 26년째다. 앞 뒤로 수풀이 우거진 고즈늑한 아파트. 순환도로변이라 교통도 좋고 하천으로 흐르는 물마저 맑다.
식당, 미용실, 채소가게 다 20여년이 넘은 단골이시다. 누구에게나 정스럽고 경우가 바르시니 어느 가게를 가도 주인이 깎듯하고 반긴다.
"주유소 저거이 원래 에스케이였쓰. 지금은 오일뱅크가 됐자네. 근데 암만 봐도 삭막하당께. 그래서 사장한테 말해서 화분 좀 키우라 해쓰면 쓰겄다 했지. 암만 그래도 기름만 넣으면 쓰겄냐고...  
그랑께 슨생님이 '이 사람아. 그 사람들이 그라겄는가. 얼마나 귀찮은 일인디. 내비두소'그라잖꺼쓰. 그랴쓰... 냅둬부러..."

봄비가 보도블럭에 꽃주단을 깔았다. "이거시 무슨 꽃인지 안당가? 허벌나게 져분네. 오동꽃인디 보라색이지...  키워서 가시내 시집가면 준다커지. 쭉 뻗어 갈 것인디 냅둬분께 퍼져부렀네. 퍼져부러" 선생님께서는 모르는 나무와 꽃이 없으시다.

선생님댁 거실에서 내다보이는 숲에 5미터는 됨직한 굵은 목련 두 그루와 주차장 화단에 터줏대감처럼 뻗은 높직한 목련도 두 분이 이사 오자마자 심으신 거란다.
니꺼 내꺼 초등학생 책상 중간에 선긋고 아웅다웅거리듯 제 것만 챙기느라 허겁지겁한 세상에 언제나 두 분을 보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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