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훈 May 29. 2021

버스에서 꼬장부리기

강남으로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던 시절에는 출발 10분 차이로 도착시간이 1시간 차이가 나기도해서 일찌감치 새벽 6시에는 집을 나서야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요즘에는 갈아타는 일 없이 M버스 한번으로 간다. 구간은 서너구간인데 거리는 40km나 된다. 정체가 있으면 오히려 덤으로 여긴다. 지하철은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주지만 늘 여유있게 출발하니 주로 버스를 이용한다.

그런데 버스를 이용하게되면서부터 없던 버릇이 생겼다. 아무래도 내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버스는 양 창가로 좌석 2개씩이다. 먼저 타게 되는 승객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옆자리까지 비어있는 좌석부터 채운다. 그러다보면 내가 탈 때는 좌석마다 한 사람씩은 앉아있다. 미리 통로측에 앉아있는 사람도 보인다. 내가 몇 번째 열, 어느 사람의 옆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이미 앉아있는 사람이 불편할 수 있다.

나의 선택 기준은 하나다. 누가 빈 옆자리에 가방이나 소지품 혹은 옆좌석 손잡이에 우산을 걸어뒀는가를 살핀다. 아니면 통로측을 선점해 비스듬히 누워 무릎으로 지날 길을 막고 앉은 사람이다.
나름의 바리케이트 전략이다. 되도록 자기 옆에 앉지 말라는 거다. 편하게 가고 싶다는 의미다. 운이 좋으면 목적지까지 그 상태로 도착할 수도 있다.
나는 언제나 거부의사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람의 옆자리에 앉는다. 이기적인것 같고 함께 살아가려는 자세가 아닌 것만 같아서다.
그런 경우 상대는 두가지 태도를 보인다. 고개를 빼고 '다른 좌석이 차서 여기에 앉는 걸까' 살피는 것처럼 둘러보거나 물건을 치우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겸연쩍거나 불만스럽다는 의사표시다. 그 의사 표현이 강할 수록 내심 반긴다.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었다는 뜻이므로....

내릴 때 불편하지만 창측부터 앉는 것, 다른 승객을 위해 옆좌석에 물건을 두지않는 것.
사소해보이지만 그 사람의 바닥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앞으로도 내 기준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자리 좀 치워주시죠"
편히 가고싶으면 다른 사람부터 배려하라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름다운 비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