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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Jul 05. 2021

오디션

늦잠을 잤다. 늦잠이라고는 하지만 새벽부터 깼다가 눕기를 반복했다. 일부러라도 그러고 싶었다. 아침을 챙겨먹고 길을 나섰다. 정류소 전광판이 21분 후에 버스가 도착한다는 걸 알려줬다. 흩뿌리는 빗줄기다. 걷는 걸 택했다.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샀다. 서점 안 커피숍이 한산하다. 구석에 의자 무더기가 쌓여있는게 눈에 띈다. '좌석 건너뛰기'를 시행하는 줄로만 알았다. 커피를 시키며 물어보니 아직까지는 테이크아웃만 된다고 한다.
집 앞 단골 커피숍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저편 중년 남자 둘은 부동산 계약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 한 사람은 설득하고 상대방은 듣는다. 옆 테이블의 아가씨는 노트북을 펼쳐놓고 아마도 자신인듯한 사진을 포토샾하느라 열심이다.  

언제 안그랬던 적은 없었지만 세상이 시끄럽다. 늘 그랬던 것처럼 소란의 중심에는 정치가 ,정치인이 있다.
혼자 혹은 따로 똑같이 때로는 합창을 해댄다. 흡사 랩 배틀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시원찮은 실력들이다. 라임도 있고 나름의 플로우도 있다. 스웩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딕션이 별로라서인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도통 들리지가 않는다. 한동안 이 오디션은 이어질 것이고 우리는 고만고만한 참가자 중에 그럭저럭 기본기라도 갖춘 우승자를 뽑아야만 한다. 힙합가수들을 TV에서만 만나듯 그들과 동네에서 마주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속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 국민이 무지하면 정치는 사기가 된다. 못배워서 무지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게을러서 무지해질 뿐이다. 무지는 범죄를 부르고 범죄가 권력을 결탁하면 참변을 낳는다. 아까운 사람들을 바람처럼 날려보냈다. 수많은 어린 생명을 바다에 떨궜다.
정작 안타까운 사실은 탐욕과 부패를 선택할 수 없으니 무능과 나태를 더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첼로를 켜는 노회찬 의원의 사진은 감동적이다. 그 사진은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이 아니다. 정치의 본질이 하이네에게 시였듯 노회찬 의원에게는 음악이다. 그런데 음악이란 무엇이고 어떤 세상인가. 그것은 사랑과 꿈을 간직한 가슴이고 그 가슴을 지닌 정치가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세상이다.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를 버리면서까지 지켜야했던 진실 그건 다름아닌 사랑과 꿈 그리고 정치의 변주곡을 연주하는 그의 첼로였으리라. <사랑의 피아노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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