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훈 Aug 11. 2021

자존감 회복 프로젴트

왕년에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함부로 까불다간 다쳐.... (아.. 내가 그랬었지. 참)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
#엉겁결에_신입사원2

그 날은 쇳소리 S가 회사로 찾아 온다고 하는 날이었다.
4시에 온다고 했는데 약속 시간을 넘겨서도 오질 않았다. 6층 발코니로 나갔다.
마침 그가 타고다니는 황금색(나는 똥색이라고 핀잔을 줬지만...) 구형 재규어가 빌딩 코너를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몇 안되는 지상 주차장 한 군데에 주차를 하려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주차관리 하는 한 녀석이 차에 다가간다. 주차를 못하게 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아직 차는 주차선에 정렬도 못했는데 S가 내리는게 보인다.
하나 둘...대여섯명이 S 주변으로 몰려든다.
일이 재밌어진다.



우리는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직 폭력배들의 액션 장면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들은 스턴트맨이고 유단자인 배우지 실제 건달은 아니다. 그래서 잘 치고, 잘 맞는다. 맞아서 날아 떨어지는 장면조차 화려한 이유다. 실전에선 잘 쓰이지도 않는 다리는 다들 어찌나 잘 찢어지는지....
그런데 실제 격투장면은 다르다.

S가 한 녀석을 잡아 자동차 본넷트에 눕혀놓고 팬다. 다른 녀석들이 달려들어 주먹질을 하는데도 멈추질 않는다.
그렇게 한 녀석이 너부러지니 또 한녀석을  붙잡아 본네트에 눕히고... 또 한 녀석....

순간 머릿속에서 백열등이 켜졌다.
잽싸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해서 로비 문을 열고 나갔다.
몇몇은 쓰러져 있고, 족히 10명은 될 법한 나머지 녀석들은 S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예전에 주차문제로 만났던 그 술집 세 군데를 모두 관리한다던 영업상무도 보인다.
아마 동생들이 고자질해서 모시고(?) 온 모양인데 역시 고개를 못들고 있다.

"야! 무슨 일이야?  남의 회사 건물 앞에서..."

S가 나를 돌아다 봤다.
"아 형님! 아니 글쎄 이 새끼들이..."

순간 나는 봤다. 주저앉아 있던 녀석들의 커진 눈을... 그리고 고개 숙인 녀석들의 움찔하는 어깨를...

"들어가.... 일단 들어가서 얘기 해..."
씩씩대는 S의 어깨를 감싸며 돌려세웠다. 내가 평소에 하지 않던 다정한 행동이다.

ㆍㆍㆍㆍㆍㆍㆍ

당시 내 직장은 강남에 있었다. 그 날은 아내가 차를 쓸 일이 있어 나는 지하철로 출근을 한 날이었다. 필요없다고 했는데 연락도 없이 차를 가져다 주러 온거다.

"당신 회사 직원들 새로 뽑았나봐"

"응?...아니 왜?"

"아니 저 밑에서..... 차를 주차하려는데 왠 젊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거 있잖아 노란 고깔같은 거 그걸 막 치워주고... 앞 뒤에서 수신호를 해주면서 주차를 도와주길래 당신 회사 직원들인줄 알았어. "제가 주차해드릴까요" 묻더라. 어찌나 친절한지..."

"푸하하하하하....."

그렇다. 평소 나와 실랑이하던 녀석들의 형님이 그 상무인데 그 상무가 형님이라고 고개 숙인 S는 형님의 형님인 셈이다.
그런데 그 S가 나를 형님이라고 불렀으니 나는 그들 세계의 족보상으로 증조부쯤되는 거였다.
그런 높으신(?)분더러 '아저씨'라 부르며 맨날 강짜를 부렸으니......

인생은 타이밍이다.

<2년 전 오늘 글>

작가의 이전글 나는 불안하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