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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Sep 10. 2021

우리가 전설이다

정확한 통계는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대체로 영국,일본,대만같은 섬나라의 범죄 발생률이 좀 떨어지지 않나싶다.

여러 요인을 짐작해 볼 수 있겠는데 우선 떠오르는 게 육지와 떨어져있어 도주나 도피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굳이 섬은 아니지만 비슷한 입지의 국가 가령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그리고 한국이 치안이 안정된 걸 봐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필리핀은 섬이 7,000개가 데다 신분을 쉽게 바꿀 수 있고 정확한 인구파악조차 안될 정도이다보니 예외인 것도 같다. 게다가 미국 영향으로 총기 소지조차 자유롭다.

일본은 야쿠자 외에 잡범이 많은데 야쿠자는 군국시대에는 군부와 이후로는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어 근치가 어렵다.
우리가 흔히 범죄집단의 대명사로 알고있는 마피아의 발원지는 이탈리아였지만 미국, 소련에서 대륙 스케일로 몸집을 불렸다.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걷는 경찰, 세계최고의 cctv 설치율로 범죄발생률도 낮고 치안도 좋은 나라로 손꼽히는 섬나라가 영국이다.
그런데 60년대 영국에는 비틀즈만큼이나 시대 아이콘이었던 쌍둥이 갱스터가 있었다.
'크레이형제' 당시 런던을 장악하고 물 건너 온 마피아가 협조를 청할 정도로 기세등등했던 갱단 '크라임 펌'의 보스가 그들이다. 오죽하면 공권력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맹위를 떨친 이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목이 레전드(REGEND 2020)일까.  

알 카포네만큼이나 광폭했던 이들이 공개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꽤 오랫동안 전성기를 구가했을 것이다.
그들의 든든한 보호막은 정치권이었다. 당시 동성애가 죄악시되던 영국 사회에서 동생인 로니 크레이는 동성애자였다. 그와 동성애 난교 파티를 즐겼던 이들이 정치권의 유력인사였던 것이다.
그 정치인들이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의 입을 틀어막고, 공권력 심지어 법원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뒷배가 되어줬다.

범죄와 정치가 결탁할 때 무소불위의 파워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이 쌍둥이 형제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된 데는 온갖 모욕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끈질지게 따라붙었던 레오나드 니퍼 리드라는 형사의 역할이 컸다. 다행히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는 공권력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걱정스럽고 한심하며 화가 나는 것이다.
눈 달린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수 있는 영상 속 인물을 자기 식구라고 감싸고, 사적 감정과 공명심으로 권력을 남용해서 일가족을 유린하며, 갖은 협박으로 피의자의 거짓 증언을 유도해서 단죄가 아닌 죄를 만드려는 검찰이란 조직이 막강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이 말이다.
범죄와 부패한 정치가 결탁해도 우려스러운데 거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공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그리고 비루하고 부패한 언론까지 가세했으니 가히 천하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과 변화는 결코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아쉬움도 부족함도 없는 상류는 아래를 살피지도  굽어 보지도 않는다.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수많은 연어들의 도약질이 멈춘다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당신과 나. 오랜 외세의 억압에도, 무도한 권력과 부패한 기득권의 전횡에도 이 나라 이 땅 깊은 데서 샘솟는 청렬한 물을 마시고 사는 우리들만이 이 나라의 희망이다.

힘찬 몸짓으로 거슬러 올라야 한다. 아무리 물살이 거칠어도 갈씬거리다 자갈에 비늘이 벗겨져도 참없이 튀어 올라야 한다. 내가 물에 잠겨 힘을 모으면 당신이 튀고, 당신이 잠기면 내가 도약질을 할 것이다.
그래서 완고하고 높게만 보이던 둑. 역사의 진보를 막아 섰던 그 둑을 넘어 맑디 맑은 물을 만나야 한다. 마침내 지친 지느러미를 늘어뜨리고 오연해지면 그 물은 꽃가람이 된다. 그제서야 느티나무로 늘어선 위대한 선조는 그늘을 드리우고 넌출넌출한 손길로  우리를 쓰다듬어 줄 것이다.

어느덧 홀씬해진 배때기를 하늘로 향하고 영원한 휴식이 허락되는 날. 그때쯤이면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신비한 이유를 알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큰 바다로 갈 우리 자손들은 당신과 나의 시대를 자랑스럽게 기억할 것이다. 마침내 전설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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