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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Oct 20. 2021

반성문

스님의 바랑 수명은 얼마나 될까?
집안에 뒹구는 물품중에 가장 용도가 겹치고 많은 게 가방인것 같다.
아내에게 쓸데없이 가방이 너무 많다고 툴툴거렸지만 나조차도 백팩이 세개나 된다. 등산이나 트레킹용을 빼고 그렇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늘 들고다니는 내 소지품에 최적화된 백팩이 없어서였다.
그러니 앞서 내 손을 거쳐간 백팩은 개점휴업중이다. 이전 두개의 가방은 삼사만원했던 다소 저럼하게 구입한 제품이고, 지금의 가방은 오래쓰리라 작심하고 산 것이라는 정도가 위안이 된다.
시행착오라고 치부하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매번 반성하게 하는건 분명하다.

처음 것은 디자인이 눈에 띄어 구입했는데 배낭식이라 노트북이나 책을 넣고 빼는 게 불편했다. 나름 고심한 두번째 가방은 그렇지는 않았지만  어답터를 비롯한 악세서리류까지 아래로만 쏠리는 게 내심 불만이었다. 가방 내부에 자작한 칸막이를 만들어 작은 물건들은 행잉타입으로 거치해서 썼다.
그러다가 한 가방전문 중소업체의 백팩을 보게됐다. 실용성과 활용성이 뛰어난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용도의 가방이었다. 과소비가 아닐까 며칠을 고민하다 질렀다.
이렇듯 디자인은 아수라의 얼굴을 지녔다.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도 하지만 과소비를 조장해서 쓰레기를 양산하기도 한다.

“Less but, Better(덜 할수록 더 좋다)”라는 디자인 철학을 주창한 디터 람스(1932~ )는 이제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를 강조한다.
그는 어린 시절 목수였던 할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인테리어를 전공해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제품디자인, 인테리어 모두 서로 다른 재료를 쓰고 규모도 다르지만 원칙적으로는 기술적인 디자인이라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나의 직업인으로서의 고민은  "우리가 계속 버리는 이 모든 쓰레기를 가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제품의 생산이 이성적인 수준을 넘어서다 보니 이제는 주변의 모든 물건을 다 사용해야 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 쓴 물건을 올바른 용도로 다시 사용할 수는 없는지를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라고 한 그의 말에 맞닿아 있다.
새로운 것만을 쫓는 세태와 물질 풍요시대가 양산하는 쓰레기에 디자인이 기여하는 것은 아닐 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가 추구한 less는 덜어내서 최소한의 간결한 형태로 본질을 남기는 것이다. 단순하면서 본질의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절제가 디자인의 최고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테리어의 리모델링, 제품디자인에서 리디자인이 중요한 시대다. 사용하지 않는 백팩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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