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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Nov 06. 2021

다시 생각이다 3

나는 꽤 오래전부터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과 ‘기후 환경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디자인 분야가 대개 그렇지만 특히나 인테리어는 편중된 계층에 치우친 산업이다. 비를 피하고 잠을 청할 수만 있어도 만족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인테리어는 사족이거나 사치다.
게다가 인테리어 업체로서는 부수고 새롭게 만들지 않으면 시쳇말로 돈이 안되는 비지니스다. 규모를 키우고 고급화 해야지 돈벌이가 되는 것이다. 그 속성이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

다행히 세상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생활 속 인테리어라는 말이 자리 잡고 있고, 이제는 만드는 비용보다 버리는 비용이 더 드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
내가 늘 고민하고 구상하던 것들의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재생용품이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고, 리모델링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재생용품의 가격이 더 높고 비슷한 비용이면 신축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반갑고 고무적인 현상은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만이라도,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란 인식이 조금씩 퍼져가는 것 같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며 살아간다. 생각도 디자인하고, 몸도 디자인한다.
시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시테크, 재화를 디자인하는 것을 재테크라고 한다. 흔히 시간을 잘 디자인하면 성공하고, 재화를 잘 디자인하면 부자가 된다고 한다. 공간을 잘 디자인하면 생각이 바뀐다. 사고의 리디자인(Redesign)'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시간 디자인을 흔히 ‘스케쥴’이라고 부르듯 공간 디자인을 ‘인테리어’라고 한다. 시간은 최소한 공평하다. 빈자와 부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를 리 없다. 그런데 공간은 빈부의 격차가 있다. 내 것이냐 빌린 것이냐에 따라 다르고, 큰가 작은가, 얼마나 돈이 쓰이고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평가가 나뉠 수밖에 없다. 나는 시간과 공간의 이 차이가 나 같은 디자이너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규모와 용도에 따른 최적의 공간을 창출해서 그 격차를 줄이고, 디자인의 효용성과 아름다움을 모두가 두루 누리는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나만의 카피레프트(copyleft)인 것이다.

인테리어 하는 후배들이 도저히 안 풀리는 문제를 들고 찾아오면 풀어주고, 가까운 지인들이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식사를 하다가도 주인을 불러 이런 저런 묻지도 않은 인테리어 조언을 해 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방식의 카피레프트(copyleft)를 시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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