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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Nov 06. 2021

다시 생각이다 4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관한 오해가 있다.
‘인테리어는 돈이 많이 든다.’ ‘인테리어는 넓은 공간에서나 하는 것이다.’ ‘디자인이 들어가면 비싸진다. '인테리어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등등이 그렇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기본적으로 인테리어 역시 패션이나 헤어처럼 넓게는 디자인의 영역이다. 그런데 동대문시장 옷을 입고도 명품이상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듯, 고급 샆에 안가더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듯 인테리어가 온전하게 전문가의 영역인 것만은 아니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해외로 못가더라도 외국의 문물을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게다가 주인 허락없이 들어가 볼 수 없는 주택이나 카페, 전시장, 박물관등 유명한 장소를 동영상으로 드나들 수 있다. 자재상과 가구 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간단한 검색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지식과 정보를 무한대로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자인 감각과 아이디어만 보태면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일부 계층과 전문가의 전유물이던 지식과 정보가 IT기술의 발달로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감각과 아이디어는 결국 뇌에서 주관한다. 자신의 삶도 디자인하며 살아가는데 하물며 자신이 머물고 생활할 공간을 디자인하지 못할 리가 없다.
연상할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만 있으면 된다. 연상과 사고를 향상시키는 데는 책 만한 것이 없다. 흔히 멋진 사진과 그림으로 가득찬 인테리어 서적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그림 속 공간의 여건이나 규모가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대로 적용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글로써 읽고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만큼 디자인 감각을 키우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장담하건대 "디자인은 그림이 아니라 생각이다". 그래도 30년 경력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내가 그와 무관해 보이는 책들을 탐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생각을 깊고 넓게 하는 것이 이 분야와 밀접하다는 걸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관한 글쓰기를 통해 ‘카피레프트(copyleft)’를 전개하는 중이다. 너무 전문적이어서 난해하거나 지겹지 않도록, 그렇지만 기본적인 지식은 녹여 전달하는 글을 쓰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인테리어의 혜택을 누리고 디자인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싶다.

인테리어에 관한 내 글에 댓글이 달렸다.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 너무 멀어서…’ 이런 게 내게는 지나칠 수 없는 후크(Hook)다.
지방의 조그만한 사무실 자리를 마련했는데 책상 배치가 고민이라고 했다. 인테리어를 맡길 엄두는 안나서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잠깐 대화를 주고받다가 필요한 정보를 보내주십사하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드렸다.
간략한 스케치와 아이디어를 써서 답신을 보냈다. 그래도 며칠은 소요가 된다. 감사하다는 인사의 글과 완성되면 사진을 찍어 보내겠다는 답신이 왔다.
그 글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생각치도 못한 아이디어에 감동이 쓰나미입니다.” 아이디어는 사유에서 나오고, 사유는 뇌의 생각치도 못한 여러 영역에서 스위치가 올라가는 걸 의미한다. 실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이런 직접적이고 지엽적인 방식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이런 감동의 쓰나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글을 써서 알리려고 한다. 디자인 감각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술과 장비는 빌리면 되는 것이다.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 상대적인 비교와 평가는 어렵거나 무의미하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만족스런 공간이면 가장 잘된 인테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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