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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Nov 13. 2021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양치질을 하고 바깥 먼지를 씻어내고 마우스피스 비슷한 투명 교정기를 치아에 끼운다. 이로써 잠자리에 들 준비가 된 것이다.
수십년 아니 혼자 밥을 떠먹을 수 있게 된 날로부터 족히 오십년은 됐을 법한 이 오래된 루틴에 변화가 생긴 것은 2년 전부터다. 투명교정기를 끼우는 동작 하나가 더해진 것이다.

눈에 거슬린 지는 10년이 넘었는데 무심히 지나치다 3년 전쯤 간단하게 해결될 것같아 치과를 찾았다. 아랫니 하나가 삐죽히 밀려나온 것이다. 간단한 게 아니었다. 노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부분교정이 필요하단다.
정우성같은 미남은 못돼도 가지런한 치아는 내심 자부했으니 교정을 하기로 했다.
지루한 교정치료는 1년 반 정도 걸렸다. 오랜 저작활동으로 아랫니가 계속 힘을 받다보니 그나마 뿌리가 약한 하나가 중년이후 못견디고 불거지는 증세라고 했다.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동안 불편하고 꺼끄러운 와이어를 치아에 걸치고 생활했다.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발음도 어눌해지고 식사 후에는 이물감 때문에 영 불쾌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치아 안쪽에 걸려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부분교정이라 비교적 짧은 교정기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교정이 끝나고 와이어를 제거한 이후에 교정한 치아가 다시 밀려나올 수 있다고 했다. 사후 관리차원에서 잠든 시간동안은 투명교정기를 끼는 것이다.

몰랐었는데 치아는 늘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보통은 13세 전후에 영구치가 된다. 그러니까 균형을 잘 유지하던 치열이 내 눈에 띈 30대 후반부터 50대 초까지 약 15년 동안 아랫니 하나를 조금씩 밀어내는 이상을 보인 것이다.
처음 미세한 변화를 보였을 때 교정했다면 투명교정기만으로 됐을 것이다. 방치하고 있다가 두드러졌을 때 치과를 찾았으니 1년 반이라는 기간이 걸린 것이다. 그것도 상태가 심하지 않고 부분교정이라 짧게 걸린 편이라고 했다.
치아 하나를 바로잡는 것만 해도 1년 반이 소요된다. 미세한 변화여서 전체 치아가 아닌 부분만 교정하는데 걸린 기간이다. 짧게 잡아도 15년에 걸쳐 생긴 이상이니 1/10의 시간이 소요됐다.

우리나라의 이상현상, 왜곡된 변화는 해방이후 족히 70년에 걸쳐 진행됐다. 충치도 방치했고 치열이 헝클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어쩌지 못했다.
충치들을 치료하고 잇몸이 아무는데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 지 그리고 치열을 교정하는데 또 얼마나 걸릴 지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부분교정이 아니라 전체 교정이다. 1/10만 잡아도 7년이니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5년은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그래도 충치 치료하고 와이어까지 걸칠 수는 있을 것이다.

솜씨 좋고 과감한 치과의사가 필요하다. 엄살을 피우고 울며불며 치료를 거부하는 고집쟁이 환자를 억센 힘과 권위로 체어에 앉혀 어르고 달래서 제대로 고쳐 줄 수 있는 의사 말이다.
5년 아니 10년이 걸려 교정까지 마쳤더라도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과 이기심으로 다시 삐뚤어지지 않도록 투명교정기를 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우리 민족이 그리고 우리 국민이 환하게 웃을 수 있다. 가지런하고 고운 이를 마음껏 드러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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