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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Nov 17. 2021

육지 바람

울릉도

울릉도 오징어란 말이 무색해져 간다. 예전만큼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다. 옛 영화를 기억하는 늙은 선원들만 배를 띄우는데다 오징어는 중국어선이 훑어 씨를 말린다.
오징어배들로 밤을 밝히던 저동항의 풍경은 이제 사진 속 풍경이 되었다. 예전에는 이중 삼중 주차하듯 배에서 배로 이어져 항구를 꽉 메웠다고 했다.

오징어 철. "낮에는 밭일하고 나물 캐야지. 말도 마라. 밤에는 그걸로 비료 줐다니까" 주민들은 낮에는 밭을 매고 밤에는 섬을 에워싼 오징어배들의 집어등 불빛으로 거름을 줬다고 했다.
"훤하이 낮인지 밤인지 꽉 찼으. 그기 해양법인지 뭔지 해서 안받아주모 안된다데"그 원수같은 중국배들이 풍랑을 피해 울릉도로 몰려오면 항구 앞바다에 야시장이 열린 것 같았다고 했다. 피항선박을 받아주는 것이 바다의 법이다.

지금 울릉도는 몸살을 앓는 중이다.
"우리아 클 때 쬐만한 기 그거 둘이서 고무다라이 타고 요 앞서 놀디만 항그석 따온다. 그거갖고 저녁 묵고 했지" 집에서 한발짝만 나가면 몽돌해변에서 홍합을 따던 시절은 이제 어르신들의 기억에만 존재한다. 방파제를 쌓고 일주도로를 놓으면서부터다.
"시멘 독이 얼마나 독하노. 그걸 자꾸 들이부우니까 뭐가 살겠노. 다 죽었지." 지금은 바다 가운데 공항을 놓는 중이다.

육지사람이 휩쓸고 간 지역은 사막이 된다.
그 많던 향나무가 깍아지른 벼랑에 매달려서 명맥을 유지하고, 토종희귀식물은 인위적으로 증식시키지 않았다면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하이고 요 바로 뒤에도 다 명이였다. 천지가 다 그기였지. 명이 그기 잎이 맨질하잖아. 나무하러 갔다가 마이 미끄러졌다... 근데 얼마나 뜯어갔는고 인자 없어. 인자 씨 받아서 키운다. 그래도 잘 커." 어디나 지천으로 널려있던 명이나물은 이제 씨를 받아 재배한다. 헬기로도 씨를 뿌린다고 했다.

보존과 개발은 양날의 검이다.
어르신들 젊은 시절에는 집값이 100~200만원이었단다. 100만원 주고 성어철에 100만원 주는 식으로도 사고 팔았단다. 그런데 지금 항구주변은 평당 1000만원이 넘는다. 육지의 부동산 바람이 뱃길이 넓어지면서 섬으로 불어닥친 것이다.
울릉도 어딜 가나 공사현장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육지 사람들을 유치하려는 것이다.
섬 주민은 날로 줄어들고 빈 집은 늘어가는데 숙박시설이 부족하단다. 2025년  공항 개항에 맞춰 2023년 완공계획으로 261실 규모의 호텔이  들어선다. 객실 분양을 위한 홍보관은 서울 강남에 있다. 어디에서 부는 바람인지 짐작 가능하다.

"그때 마이 사둘그로...여 저 좀 사둘라캤그든. 근데 우리 양반이 못하게 해서 이 집하고 저 우 밭만 좀 있다. 이럴 줄 몰랐지"
동식물만 천연기념물, 고유종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과 삶, 기억과 인정도 천연기념물이다. 그 고유종이 사라져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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