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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Nov 16. 2021

아름다운 이별

독도

울릉도에는 호박엿이 유명하다. '엿장수 맘대로'란 말이 있다. 독도 접안은 '선장 맘대로(권한)'다.
울릉도에서 출발할 때까지도 알 수 없다. 독도 바다를 보고 선장이 결정한다.

선실 창밖으로 흐릿했던 독도가 조금씩 몸집을 드러냈다.
독도 근처에 다가서자 첫 안내방송에 선착장 접안을 시도하겠다고 해서 다들 환호성을 질렀는데... "시도하였으나 승객의 안전을 위하여..."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못내 아쉽지만 옳은 판단일 것이다.
440명이 넘는 승객이다. 그중에는 특수부대원 출신도 있겠지만, 고령자도 노약자도 있다.

이날 오랜만에 맑고 파고가 낮은 날이서  총 4편의 독도행 여객선이 출항했다. 시간대별로 떠났는데 2편은 선착장에 내렸고, 2편은 독도 선회관람으로 대체됐다. 나는 후자에 해당됐던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독도에 내린 사람 말을 빌자면 선착장에서만 20분 남짓 시간을 보내고 승선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나같은 경우에는 선회관람을 하며 충분히 독도를 눈에 담고 오는 편이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낙관적으로 잡아서 독도행 여객선이 뜰 확률을 50%로 잡는다면, 선착장에 내릴 확률도 50%가 안되는 셈이다. 물론 실제로는 확률이 더 낮다.
남서풍이 불면 접안이 어렵고, 북동풍이 불면 접안 확률이 높다고 했다. 독도가 북풍의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하룻동안에도 시간대별로 바뀌는 바람이었으니 가늠하기 힘들다. 내일은 안뜬다고 했다.

독도에 가는 배는 모두 페리다. 선실 밖에서 나갈 수 없다. 그런데 선회관람할 때만 문을 열어 좁은 뒷 간판에 나가서 독도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실제로 본 독도는 뭉클했고 아름다웠다. 사진과 영상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아우라가 있는 섬이다.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한결같이 독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녹음기에 자신의 심정을 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오로지 독도만을 찍었다. 야트막한 부속 섬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떠나기 전 선착장에 내려도 셀카를 남기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었다.
멀리서부터 가까이 다가가고,  만남에서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독도만을 남기고 싶었다. 독도는 배경이 될 수 없는 섬이다. 주인이고 홀로 우뚝 선 그 무엇이다.

출항전 여객터미널 상가는 태극기와 독도가 새겨진 스카프, 수건등을 팔고 사느라 난전을 방불케했다.
울릉도에서 만난 어느 주민은 이런 얘기를 했다. "일본이 독도를 건드릴 때마다 관광객이 늘어요. 울릉도로 오는 사람은 독도를 보려는거지. 우리나라 사람들 애국심은 대단하다니까.... "
독도에서 떠날 때 내 옆에 앉은 젊은 여자 승객은 동행한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왜 그러지.... 눈물이 날 것 같애"
많은 사람들이 독도가 멀어지자 연인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듯 "안녕 잘 있어"라고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듯 말을 건네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다. 도동에 있는 독도 박물관과 전망대를 찾았다. 전망대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탔다.
한 무리의 단체관광객과 섞였다. 인솔하는 40대 여행사 직원이 가장 젊다. 케이블카에서 정상 부분이 보이자 연세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케이블카 놓는다고 저기는 나무를 잘라낸 모양이구만. 저러면 안되는데..... 환경을 저렇게 훼손해서야...."
친구인듯한 노인네가 반박한다.
"뭐 안돼. 설악산도 케이블을 놓네 마네.... 환경운동한다는 놈들이 다 돈 바라고.... 지들이 뭐라고.....에잉."
여행사 직원은 한 술 더 뜬다.
"맞습니다. 어르신. 좋은 경치를 대한민국 사람이면 다 볼 수 있어야죠. 노약자, 장애인은 어떡하라고.... 얼마나 편하고 좋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노인네가 그 말을 받는다. "그럼. 그래야지. 이대로 냅둬서 뭐 할거야. 누구 좋으라구"

두 사람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그 어르신이 케이블카에서 내리기 직전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보게들 이게 우리 것이 아닐세.  우리 후손들도 봐야지. 우리야 살 날이 얼마 안남았지만 자연은 그대로 내버려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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