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찹하다. 진작에 결심한 바였지만, 막상 그리 하려니 심사가 복잡하고 뭐라 형용키 어렵다. 딸 아이를 시집 보내면 이런 심경일까... 새뜻하고 젠틀한 모습으로 내 품에 안긴 지 8년하고도 6개월이다. 그동안 갑작스럽게 탈이 나서 나를 당황하게 하지도 않았고, 중병으로 수발 들게도 안했는데 야속하다 무심하다 탓할런지. 이 애마가 내일 모레면 새 주인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떠나 보내야 한다.
처음 가졌던 차가 프라이드였고, 스포티지, 산타페, 체로키를 거쳐 2010년 4월 이 아우디(Audi) Q5를 구입했다. 무척 오랫동안 여러 차종을 비교 분석해서 내 생에 마지막 차라 생각하고 다소 무리해서 데려온 녀석이다.
이전에 외제차로 체로키가 있었다고는하나 10년된 중고인 차를 구입했었고, 클래식 각진 스타일에 이끌려 탔던 차라 경제성(연비 6~7km/l ,4700cc)이나 유지비(1992년형,부품이나 소모품교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안좋았다. 그래도 탱크같은 안전성과 무지막지한 힘이 그 단점을 커버하고, 당시 정신없이 빠져든 카 튜닝으로 새 것이상의 성능을 만들었다. 게다가 고가의 카 오디오(Car Audio)까지 장착했으니 그 어디에도 비길 바없는 애마로 사랑을 쏟았다. 그러던, 어느 날 쏟아지는 폭우에 버스전용차선 만드는 도로 중앙 공사현장을 미처 못보고 들이 박는 사고를 냈다. 항상 다니던 도로라 잠시 방심한 탓이다.
폐차를 시켰다. 그래도 작정하고 수리를 했으면 됐을텐데 웬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워낙 카 튜닝에 공을 들인데다 새차처럼 유지해서 이전부터 "만약 팔게되면 연락달라"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나 아닌 누군가가 이 차를 소유한다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리미티드 한정판모델이라 국내에 4대인 희소성을 지닌데다 유독 내 차는 외관이 신차처럼 깨끗해서 뚜렷하게 구분돼서 분명 어디선가 마주치면 알 수 있을텐데 보는 순간 내 마음이 너무 아플것만 같았다. 그냥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내 마음에 묻기로 했다. 카오디오를 비롯한 고가의 튜닝 부품은 분해해서 평소 내 차를 탐내던 매니아들에게 선물로 안겼다. 장기 이식을 한 셈이다. 그렇게 체로키는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