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관심도 많고 좋아하는데 운전하는 걸 무척 싫어한다. 내가 그렇다는 얘기다. 그래서 장거리 운전은 아예 엄두도 안낸다.
물론 가족과 함께 한 북유럽 자동차 여행에서 2만Km가까이 운전한 기록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낯선 나라에서 운전하기를 겁내는 아내 몫까지 대신한 결과고, 빼어난 경관에 반쯤 혼이 나가서 일거다. 아무튼 국내에서는 서울을 기점으로 아래로 천안 이남은 항상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 그래서, 여지껏 고향을 단 한번도 자가용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 Q5를 팔더라도 부득이한 경우는 아내의 애마 코란도Sports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매일 일하랴 학교 다니랴 스케쥴이 연예인 버금가는 아내인지라 쉬운 일은 아닐거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다. 갈수록 수입은 줄텐데 아이들은 더 공부를 해야한다. 씀씀이를 줄여가며 살림은 단촐하게, 노후를 생각해서 더 늘리지 말고 없애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lfe)를 천명한 후 실행하는 첫번째 가시적인 조치인 셈이다. 신차 대비 턱없이 싼 중고차값일 망정 살림에 도움은 될테고 그보다는 앞으로 들어갈 차량 유지비용이 없을테니(게다가 외제차다) 그만큼 어깨가 홀가분해 질거다.
두번째는 시간을 활용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게되면 굳이 책이 아니라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건 음악을 듣건 그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할 수 있다. 또한 이동간에 많이 걷게되니 싫어도 운동을 하게 된다. 게다가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만나는 삶을 몸으로 부대낄 수 있게되는 건 덤이다.
세번째는 앞서 얘기한 차는 좋아하되 운전은 싫어하는 내 성정 탓이다. 아내와 외츨을 할라치면 당연한 듯 아내는 운전석으로 간다. 나는 기차, 배, 버스, 비행기순으로 교통수단을 좋아한다. 한마디로 뭔가 옴싹달싹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차창 밖으로 경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운전을 하게되면 그게 어렵다.
아내의 백마 코란도스포츠(KORANDO Sports)는 저렴한 차량가격은 물론, 한해 몇 만원도 안되는 자동차세를 내는 가성비 탁월한 녀석이다. 2013년산인데 이전에 타던 마티즈 다음으로 가졌던 차라 키 큰 아내(171)은 무척 좋아했었다. 루프탑을 얹어 화물차 냄새를 지우고 네비게이션까지 달아서 아내 생일에 맞춰 선물했었다. 당시는 한창 캠핑에 심취했었던 터라 짐차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딸아이 고교시절 벽화 봉사동아리 활동때는 온갖 페인트 통과 도구를 싣고 다녔고, 지금은 강의를 다니는 아내의 각종 교구로 한 살림(?) 단단히 싣고 다닌다. 한마디로 충직한 머슴같은 녀석이다. 그래선지, 아내에게 머슴취급(?)을 받아 지금까지는 제대로 대우를 못받고 있었다. 자주 세차하고 쓸고 닦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심할 정도로 차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 세차티켓을 쥐어주며 깨끗이하길 당부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올해엔 자동차 검사일마저 넘겼다.
아내가 "자동차는 재산이 아니라 소모품"이란 글로벌한 인식을 가진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Q5를 보내고 나면 이 녀석이나 잘 돌봐줘야 겠다. 아무리 둘러대고 자위를 해도 마음창 어느틈으로 바람이 드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