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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Feb 28. 2022

어느 사업자의 고백

"당신. 이재명 캠프에 있냐고 묻더라" 외출했다가 돌아온 아내가 뜬금없는 말을 꺼낸다.

"누가? 왜?"

"당신하고 나 둘 다 아시는 분이... 당신 페북 글 보나 봐."

"그래서? 당신은 뭐라 그랬는데."

""우리 남편, 그런 데서 오라고 해도 안들어가요. 혼자 하면 했지. 그런데 캠프 관계자보다 더 열심이에요." 그랬어. 그 분들도  당신처럼은 아니지만 이재명을 지지하니까. 그래도 될 것 같아서..."

대부분 그렇겠지만 이재명과는 일면식도 없을 뿐더러 연관되는 그 쪽 사람들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나다. 그렇다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득이 될 만한 게 있을까 곱씹어봐도 손해면 손해지 득이 될게 전혀 없다. 노(No)가 아니라 네버(Never )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내 사업과 연관되어 있거나 인간관계로 얽힌 사람들 대부분은 보수 야당을 지지한다.

내 성향을 짐작해서 혹은 까칠하고 입바른 소리 하는 나를 배려해서 내 앞에서는 그런 이야기, 기색을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를 염려하는 몇 몇 분이 "너무 티는 내지마. 좋을 게 없어"라고 넌즈시 충고해주시는 정도다. 그 마음을 알기에 고깝게 듣지 않을 뿐더러 감사하다.


출신, 성장 배경과 학교, 주변 사람들을 감일한다면 나는 보수 여당을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인간 관계를 무난하게 유지하고, 사업적으로도 득이 되려면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절친한 형은 오세훈이 시장이 되고서 높은 자리로 영전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한 자리를 꿰 찰 가까운 사람들이 내 주변에 한 둘이 아니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큰 사업을 하거나 많은 부동산을 가진 지인들은 보수 야당이 집권하길 바란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사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 그 분들이 나의 가장 강력한 뒷배이자 울타리인 건 부인할 수 없다. 인격적으로 존경해마지 않는 분들이고 그다지 살갑지 않은 나를 늘 챙겨주시는 분들이다. 그 분들의 넉넉한 품성에는 못미치는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걸 절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사업 초기, 그 분들이 "사업을 하려면 교회를 나가야 한다"며 강남의 대형 교회로 내 손을 이끄시려 했었다. 그 교회 중에는 지금은 수감된 대통령이 다니던 교회도 있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각 분야에서 나와 직간접으로 인연을 맺고있는 분들은 소위 기득권으로 분류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를 아껴주는 그 분들이야말로 내 의뢰인이 될 수 있고, 어떤 식으로건 내게 도움이 된다. 오히려 내가 애정을 가지고 늘 가까이 챙기고 싶은 사람들은 내게 시름을 안겨주고 어려운 과제를 내어 줄 뿐이다. 이것이 내가 당면한 냉엄한 현실이다. 그걸 모르지 않는다.


나는 이재명과 어느모로도 닮은 구석이 없고 지향하는 삶도 다르다.

어린 시절 노동을 해야 할 정도의 가난한 집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내 부모님은 인텔리였다. 내 형제들은 먹고 살 만한 중산층인데다 나 역시 신분상승의 사다리인 고시를 거치지 않고도 비교적 무난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더구나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은 질색이고, 선택에 의해 지도자로 나설 정도의 깜냥도 안될 뿐더러 그런 꿈을 꾸어 본 적도 없다.

굳이 비슷하게나마 공통점을 찾는다면 경상도 출신 (그것도 이재명은 경북, 나는 경남이다.)이라는 점과 수도권(그것도 나는 북쪽 그는 남쪽)에 거주한다는 정도다. 그는 경기 도지사였고 나는 도민중 한사람이었다.

그래도 세상이 좀 더 나아지고, 공정하길 바라는 마음 하나만은 같다고 믿는다.


나는 건축을 전공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말많은 대장동 개발을 일반인보다는 더 이해할 수 있고 그 구조까지 접해 본 경험이 있다. 이른바 토건세력의 언저리 쯤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개발 이익 환수나 공사원가 공개같은 조치는 어쩌면 내게도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는 치명적인 정책이다. 나 역시 그 부작용과 결함을 대라면 어느 누구보다 많은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다. 내게 손해라서 옳은 것이 틀린 것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대의라는 측면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이재명의 계곡정비 같은 것이 좋은 예다. 각론에 치우쳐서 대의를 그르쳐서는 안된다. 대의라면 지체없이 시행하고 각론을 보완해야 한다.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대책을 마련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완벽하다.

적어도 이재명은 그런 배포와 능력을 이제껏 보여줬다.


성남시장 시절, 시청 공무원이던 지인이 투덜거렸다. "이재명이 시장이 되고나서부터 일이 너무 많아졌다." 내심 쾌재를 불렀다.

도지사가 되고 나서는 관에서 발주하는 사업을 주로 하는 친구가 그랬다. "이전까지는 민간사업으로 나오던 일인데 이재명이 되고나서는 그걸 각 부처 내에서 직접 해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공무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는군. 이거 내 사업도 골치 아프게 됐어."

내가 그랬다. "공무원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걸 이제껏 민간에 입찰로 떠 넘긴거네. 바르게 잘 돌아가는 거네 뭐." 모르긴 해도 친구는 내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내가 이재명에게 희망을 거는 데는 최소한의 근거가 있다.


나는 지금도 매일 매시각 고심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니?' '그래서 너한테 좋을게 대체 뭔데? ' '너 지금 이럴 시간에 일을 해. 일을.... 살만한가 보구나.' '암만 그래봤자 니 한계는 뻔한 걸 왜 모르니?' 등등.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근원을 찾아가자면 아무래도 내 골수 어딘가에 새겨져있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이른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건 아니라고 하고 살아라." 나는 만에 하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스페어 타이어쯤으로 여길 성정이 못된다.

그리고 매번 자문자답하는 내게 이 말보다 강력한 한방은 없다. "아무리 그래도 윤석열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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