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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Feb 28. 2022

모르는 것과 아는 것

먼 이국 땅에서 벌어진 참사다.

여느 세상일처럼 나와 직접 관련이 없어 무심할만도 하다. 그런데 세계를 거미줄처럼 엮어놓은 인터넷 그물에 걸려 시시각각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은 곳이 사이버 세계다. 전문가, 비평가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왜 늘 정부는 인재난을 겪고, 방송과 미디어에서 탁견을 자랑하던 이들이 요직을 맡게되면 죽을 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역사가, 문화가, 사회문제가 그러하듯 다층적이고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정치와 외교다. 그 치열하고 미묘한 국면이 절정에서 스파크가 튀어 전쟁이란 참극이 빚어진다. 문제의 발생 원인, 평가, 전망을 어느 누구도 섣불리 단언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라는 나라. 왠지 남처럼 여겨지질 않는다. 지나온 역사, 지리적 요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 정치상황까지 한국과 흡사한 점이 많다. 여기까지는 객관적인 자료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나는 그 나라의 속사정과 그 나라를 둘러싼 각국의 셈법까지 가늠할 수 있는 깜냥이 안된다. 그저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시각과 견해만 어깨너머로 공부하는 게 고작이다.


분명한 건 전쟁이 났다. 러시아의 짜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수백에서 수만, 아니 어쩌면 수십, 수백만의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 어떤 사유로도 푸틴은 살인자이며, 침략전쟁을 일으킨 역사적 범죄자로 남을 것이다.

푸틴은 구 KGB출신이다. 그의 애국심이 어떤 것일지, 그의 정치수완과 수단은 또 얼마나 비상식적일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군사독재 정권과 정보권력기관의 전횡을 거쳤고 목격했었다.


자질과 공과가 어찌됐건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망치지 않고, 암살의 위협에도 싸우다 죽겠다고 한다. 수도 키예프를 사수하며 미국의 피난 제의도 거절하고 군복을 입은 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 대통령 포로셴코도 총을 들고 키예프를 지키고 있다. 그는 정치인이자 재벌이다. 그는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침묵한 후 '영원히' 라고 답했다.


나는 무척 속이 상하고, 수치스러우면서 부럽다. 유사한 전쟁 상황에서 국민을 팽개치고 도망간 대통령을 보유했었고, 여전히 그 대통령을 국부로 받들자는 세력이 건재한 나라의 국민이어서다.

내 나라땅을 짓밟고 내 할아버지를 죽이고 내 할머니를 유린했던 나라와도 손을 잡겠다는 대통령 후보가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의 수장 자리를 내놓은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누군가 내게 "여론조사가 초접전인데 만약 윤석열이 된다면 어떨것 같은가?"라고 묻는다면 "이재명은 이미 내게는 대통령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젤렌스키는 분명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다. 우리가 일찌기 갖지 못했던 유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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