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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Jun 16. 2022

고생 끝에 낙이 오긴 할까

합정 '동무생각'에서 평양냉면 곱배기 한그릇 뚝딱하고 돌아가는 길.

육수까지 남김없이 들이키고나니 뱃속이 꿀렁꿀렁 평상시면 일부러라도 걸었을 지하철 한 구간인데 걷기가 싫어진다.

'2호선으로 홍대입구가서 경인선타면 안갈아타고 갈 수 있겠네'

그러다 이내 피식 웃고만다. 합정역에서 연신내가서 3호선으로 갈아타나 홍대입구역까지 한구간 타고가서 경인선을 타나 한번 갈아타야 하는 건 매한가지여서다.

'바보같긴...'

부지불식간에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몇구간 후가 됐건 갈아탄다는, 피하고싶은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공원이라고 하기엔 옹색한 공터 벤치에 흑인 모자가 앉아있다.

아이는 잠들었고 엄마나 스마트폰을 보는 중이다. '혹시 오갈데가 없어서...' 괜한 오지랖이 발동을 건다. 다행히 모자 곁에는 커다란 비닐 봉지뿐 트렁크는 없다.

그러다 애기 엄마 등짝의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고새(ㅇ)끝에 낙이 (온다)"

'한국인은 아닐텐데 왜 한글일까? 이국땅에서 반드시 성공하고 싶은 염원을 담아 새긴걸까?'


고생해도 낙은 가려서 온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버린 나지만 이 순간만은 그 말을 믿고 싶다.

꼭 그들에게 낙이 올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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