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어선을 타면 생물로 맛볼 수는 있을 것이다. 고등어, 칼치, 꽁치, 멸치 다 그렇게 맛봤는데 웅어는 기회가 없었다. 아니 앞으로는 더 힘들 것 같다. 어획량이 갈수록 줄어든단다.
웅어의 제철은 늦봄, 초여름 딱 지금이다. 더 고소하고 뼈가 덜 빡세기 때문이다. 족보를 더 더듬어 올라가면 청어목에 속한다. 청어목이라선지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도다리, 전어는 내일 오라고 한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아나고를 연상하게도 하는데 더 부드럽게 씹힌다.
일단 회를 시켰다. 사실 재첩이 국이듯 웅어는 회가 제 맛이다.
"한번 먹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구이 시켜줄게"
아내가 몇 점을 집어 먹어본다. "야 이거 맛있다. 비리지도 않고..."
"그렇다니까. 왜 비려. 얼마나 맛난 생선인데.... 재첩에다 웅어까지 우리 지금 엄청 부자로 사는거야. 지금"
"우리 부자 아니잖아."
"부자가 별건가. 좀더 시간 흘러봐라. 암만 돈이 많아도 이런 거는 없어서 못먹어. 제철에 나는 채소, 과일, 생선.... 이런 거 찾아 먹는 게 부자지. 진짜 부자, 마음부자"
상추쌈에 싸서, 와사비초고추장에 찍어서 잘도 먹는다. 월척을 낚았다. 뿌듯하다.
바닷가. 같은 고향 사람이면서 아내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회를 못먹던 사람이다.
"아니. 회를 못먹는다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진해사람이...?"
연애초 그 사실을 안 이후로 학생시절부터 단골이던 횟집으로 끌고다녔다. 참 못된 남자 맞다.
이제 아내는 일부러 찾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회를 잘 먹는다. 그런 아내에게도 웅어회는 처음이다. 생경한 이름의 생선이고 민물고기라는 틀린(반쯤은 맞는) 선입견이 일조한 것 같았다. 민물매운탕이나 어죽도 같은 케이스인데 지금은 먹으러가자고 조를 정도로 매니아가 됐다. 꼭 맛보여주고 싶은 웅어회였는데 맛있다니 신이 난다.
웅어. 의자왕이 좋아했다해서 '의어'로도 불리던 생선. 삼천궁녀하고도 맞바꾸지 않을 아리따운(내 눈에는) 왕후와 수다를 곁들인 수라를 들었다. 혼자 막걸리 2병을 비웠다. 백성들의 술로 민심을 읽어야해서....
'당신은 이생망이고 난 이생복인거 알아. 다음 생엔 바꿔줄게. 싫다고하겠지만 그때가서 또 낚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