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 송곳(낭중지추 囊中之錐)에 비유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직업적인 성향은 시시때때로 어디서나 불쑥 고개를 내민다.
카페에 놓인 자작(自作) 스트로우,냅킨 디스펜스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다지 공들여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 쓱쓱 자르고 뚝딱뚝딱 조립해서 그을려(아마 토치를 사용했겠지) 결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으로 끝.
핵심은 칸막이를 대신하는 책에 있다.
'책을 먼저 사고 치수에 맞췄을까? 함을 짰는데 마침 폭이 딱 맞는 책이 있었을까?'
나는 전자에 더 무게를 싣는다.
책이 어디 읽는데만 소용이 있을까.
베고 자기에도 좋고(여름철에 딱이다. 내가 다 읽지도 못하면서 두꺼운 책을 살 때의 위안과 핑계다.)
들고다니면 폼도 나고 ('출퇴근길에 이상형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20~30 미혼자에게 물었더니 압도적인 1등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답한 설문을 본 적이 있다. 책을 읽지않는 시대라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게 희한했다. 내 대학시절에도 가슴에 책을 안고 다니는 여대생이 좋았다. 나는 책을 읽지 않음에도, 그녀의 가방이 무척 가벼웠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고보면 지적 허영은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된다. (소품용으로 파는 서적들이 있다. 주로 금박과 양장으로 된 외국서적들이다.)
이 카페에 쓰인 소재는 딱 두가지다.
나무와 철..... 나머지는 그대로 2층의 벽은 축대 그대로를 활용했다. 마감한 벽도 거칠게 문질렀다. 서툰 솜씨였건 의도했건 매끈했다면 망칠 뻔했다.
반대의 경우들도 있다. 과하거나 있어서는 안될 곳에 있는 것들.
수려한 자연 경관을 해치는 모조(원목) 난간, 천년 사찰 마당에 놓인 번뜩이는 스테인레스 초 함들이 그렇다. 한정식 식당에 들여놓은 주크박스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