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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Jul 09. 2022

당연한 것 아닌가

새벽 모임이 있는 날은 데이트 약속처럼 설렌다.

진심인 사람들과의 의미있는 토론은 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다. 수많은 생각과 이야기가 출렁이는 사유의 바다다.

나는 낚시를 한다. 가끔은 감정의 파고가 높을 때도 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다. 해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낚시대를 드리우고 수면을 응시하고 찌를 놓치지 않으면 된다. 이 풍요로운 바다에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달리면 어디가 나오죠. 우는 손님이 귀찮을텐데 달리면 사람을 잊나요" 김연우의 <이별 택시> 가사다. 유희열의 사연을 윤종신이 가사로 썼다.

찌질함에 대해 이야기하다 윤종신이란 이름이 나왔다. 윤종신을 가요계의 홍상수라고 했다. 찌질함의 궁극을 추구하는 두 사람이다.

찌질한 사람은 솔직하고 용기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고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찌질해진다.


"왜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이 안될까?"란 질문이 있었다.  

듣는 사람이 들을 준비가 안되어 있거나 듣고 싶지 않아서라는 결론이 나왔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상대의 나에 대한 인식, 심리상태, 기대감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이나 생각의 결이 같은 사람을 찾고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사랑에 빠지듯 한 순간에 반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과 대화가 필요한 일이다.


회원중 작가 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누군가 글을 보내오면 한참을 고민한다고 했다. "칭찬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정확한 감평을 원하는 걸까?"  

친한 후배가 보내 온 글에 꼼꼼히 읽고 정성을 다해 빨간줄을 그어댔단다. 그런데 원고를 받아든 후배가 무척 서운해하는 걸 보고 놀라고 당황했단다.

그래서 지금은 직접 물어본다고 했다. "칭찬을 원해 아니면 고치고 싶은 거야?"


내가 그랬다. "그래도 잘 안될 것 같은대요. 우리는 자신도 속이고 살 때가 많거든요. 내가 뭘 원하는지 몰라요. 제가 그래요. 상대의 반응을 보고 그제서야 내가 뭘 원했는지 알기도 하거든요."


윤종신은 단 한번도 강연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가 명쾌한데 결코 가볍지가 않다.

 "제가 강의, 강연을 항상 정중히 거절하는 이유는 제 생각이 매일 바뀌기 때문입니다. 제 말에 제가 책임질 수 없기에, 제가 제 자신을 항상 의심하기에 전 좋은 말씀들 듣고 영향받고 살겠습니다." 어디가서 농으로라도 고향 후배라고 밝히지 말아야겠다. 스승이다.

내가 나를 알면 다 안거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모르고 죽는다. 없는 것을 찾아헤매다 끝나는게 인생이다. 무아(無我)가 그런 것 아닌가. 잘 모르겠다.


후배 회사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어제 과음한 후배가 검색한 콩나물국 맛집이라고 했다.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는데 대화 중에 한 직원이 남편 이야기를 했다. "저희 남편도 정말 맛집을 잘 찾아요 인터넷 검색이나 앱으로는 모른다고, 속는다고 유튜브로만 찾더라구요."

내가 웃으면서 그랬다. "왜 그런지 아세요. 인터넷 검색이나 앱은 식당이 주인공이어서 식당을 마켓팅해주는 거고, 유튜브는 유튜버 가 주인이라 자신을 알려야 돈이 되니까 그래요."

매일 바뀌는 나를 이야기하기도 버거운데 하물며 남의 말인데 주어가, 방점이 어디 찍혔는지 살펴야 하는 것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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