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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Aug 27. 2022

출근길에

세번째다. 최근에만 세번 신용카드를 습득했다.

오늘은 버스 정류장이다. 카드지갑에 두장이 들어있다.


카드사에 신고하고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 쉬울 때도 있지만 지금처럼 성가실 때도 있다. 첫번째는 인근 은행에 맡겼고 두번째는 편의점에서 찾아가게 했다.

그런데 오늘은 편의점에서 받아주질 않는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텐데 단번에 거절한다. 할 수없이 주인의 연락을 기다려야 한다. 카드사 상담원은 7시 이른 시간이라 한 시간 이후라야 카드주인에게 연락할 수 있다고 했다. 잃어버린 사람은 속이 탈지 모르는데 카드사의 방침이라니 어쩔 수 없다.


그냥 모른체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없고, 그 사람이 분실신고는 할테니 분질러서 버려도 그다지 양심에 꺼리낄 것이 없다. 그런데 매번 이 성가신 과정을 밟는다. 여지없이 고질병인 오지랖이 도져서다. '잃어버린 사람이 나라면...?' '다시 재발급할 때까지 불편하겠지?'  '혹시 다른 사람이 주워서 버려버리면 어쩌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 한사람이 이런 수고로움을 달게 받아들이면 정작 내가 낭패한 경우를 당했을 때 누군가도 그렇게 하지않을까?'하는 희미한 바램이 내 안에서 아직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와 현실의 간극처럼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내차가 경미한 접촉사고를 당했을 때는 몇번이나 그냥 보내줬는데 정작 내가 범퍼에 흔적도 안남은 접촉사고를 냈을 때는 앞 친 운전자가 목덜미를 감싸고 고함부터 질렀다.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 했다. 보험으로 처리했다.

딱 한번 신용카드를 분실했는데 내 마음 같은 사람이 주웠을까봐 분실신고하고 며칠을 기다렸는데 끝내 연락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믿는다. 나보다 훨씬 정직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많기에 비온 뒤 하늘은 이토록 파랗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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