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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Aug 27. 2022

스웩(Swag)? 우웩?

내 스스로 나이값을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아이들과 마주칠 때 그리고 지금처럼 사고 싶은 게 생겼는데 좀 저기할 때다.

우리 아파트 18층 꼬맹이는 귀엽고 깜찍하고 이쁘고 목소리도 또랑또랑 꾀꼬리같다.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본의아니게 그 아이의 성장과정을 눈 사진기로 찍는 중이다.

어디 그 뿐인가 어느 학교에 들어갔는지, 강아지 이름은 뭔지, 무슨 학원을 다니는지, 같이 사는 할머니는 친할머니인지 외할머니인지도 다 안다. 녀석이 다 말해줬다.


거의 대부분 엄마나 할머니와 함께인데 이제는 그 분들이 나와 마주치면 먼저 아는 체를 한다.

애기 애기 할 적엔 내가 먼저 "안녕~ 오늘은 어디가니?" 인사를 건넸는데 지금은 녀석이 먼저 "안녕하세요"한다. 눈웃음 지을 때 사라지는 쬐끄만 눈이 어찌나 까맣고 이쁜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린다. 녀석과 마주치면 첫미팅에서 마음에 쏙 들었는데 연락처도 모른채 헤어진 파트너를 우연히 만난 것만 같다.


곧 추석이다. 미국에 앞서 나홀로 긴축재정을 실시하다보니 옷을 사본지 어언 몇 년째인지 모른다.

추석빔 사달라고 보챌 나이도 아닌데 마음에 드는 옷을 보니 그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지름신이 강림했다.

그런데 어머니 앞에서는 절대 입어선 안될 것 같다. 아이들은 모르되 아내는 그러려니 봐줄 것도 같고...

도대체 내 나이가 몇개인데 이런 옷에 꽂힐까? 분명 바지가랑이 끝이 바닥에 쓸려 닳을텐데 그것도 멋이겠지? 스웩이 별건가 중년의 스웩을 함 보여줘?

만약 산다면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미팅장소에도 입고 갈텐데 수군대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만 같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나이가 좀 들어가는 것도 같고...


질러?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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