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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Sep 04. 2022

착각과 오만

TV나 잡지에서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자신의 집이나 매장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제가 직접 인테리어했습니다."라는 말에 으레 '전문가 수준....'이라는 수식어로 추켜세우기 마련이다. 과연 그럴까?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더구나 높은 경지에 도달하려면 재능에 더해 지식을 쌓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들이 전문가이고 디자이너로 불리는 것이다.

디자인 영역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경계가 쉽게 허물어지는 분야가 인테리어 같기도 하다. 우리가 늘 접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 대상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기술과 산업의 발달로 그 과정이나 방법이 다양해지고 편해진 영향도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간극은 멀고 그 경계는 뚜렷하다.


디자인을 잘하려면 지식보다는 상상력이 높아야 하고 숙련보다는 사유해야 한다. 결코 지식이나 정보를 소홀히 하거나 경험이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의 X-ray사진으로 몸의 형태를 파악하듯 입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MRI 영상으로 뇌를 탐색하듯 공간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것은 많은 지식과 오랜 숙련과정에서 습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인테리어는 평면인 종이를 접어 입체를 만드는 과정과 흡사하다.

형태를 상상해서 접을 선을 그리고 순서를 정하는 일이다. 선이 틀리거나 순서가 바뀌면 제대로 된 입체가 서질 않는다.

2차원을 넘어선 3차원적 사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상상의 문턱을 넘어서야 하고 끊임없이 사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컴퓨터의 데이터보다 의사의 직관이 정확할 때가 있고, 로봇의 정밀도가 의사의 숙련도를 능가한들 전적으로 수술을 맡기지는 않는다. 인간만이 인간을 가장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는 인간이 머물 공간을 빚는 일이다. 디자인을 잘하기가 그리 쉬울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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