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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Oct 06. 2022

만원 여행

"근데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지?" 아내가 지나가는 말투로 휙 던진다.

"알지. 알기야" (당신이 봉황의 깊은 속을 알아?) 퉁명스레 받는다.


결혼기념일. 한 이불 덮은 지 스무여섯해, 만난지 일년 빠지는 삼십년.

생의 절반이상을 생일이나 기념일 챙기는 데는 젬병인 남자와 살았는데도 무감해지지 않는 아내다.


여보란듯이 서른명의 축하 하객(?)을 모시고 강진으로 왔다. 점심은 연탄불고기 정식을 대접(?)했다.

버스를 세워 둔 천변 멀리 다리 하나가 보인다.


'미라보 다리(Pont Mirabeau)'.

시인 아폴리레르는 연인과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하나를 두고 사랑을 속삭였다고 했다.

우리는 다행이다. 함께 마주서서 다리를 볼 수 있으니.


"우리 몇년 같이 산거지?"

"이십육년째지"

"와 그럼 만난지 삼십년 다돼가네. 너무 오래 산 거 아냐?"

"그러게. 법으로 정했으면 좋겠어. 20년 살면 헤어지게"

"동감. 근데 20년은 너무 멀다. 난 10년. 그 정도면 애들도 큰 거 아닌가..."


미라보는 무슨 늠의 미라보...


#강진_차(茶)투어 첫째날. #일만원의_행복

*지자체 지원 (1만원, 1박2일) 강진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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