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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Oct 06. 2022

만원 여행 4

점심을 소소하게(?) 연탄불고기 정식으로 대접한 게 마음에 걸려서 저녁은 남도 한정식으로 정했다.

멀리 서울에서부터 동행한 하객(?)들인 만큼 본인들은 모르겠지만 내 별장(?)으로 모셨다. 아무래도 자주 찾지를 못해서 지금은 '예향'이란 한식당으로 바꿔서 운영중이다.


점심에 한 테이블에서 식사했던 두 아가씨와 또다시 한 자리에 앉았다.

우연은 아니고 아무래도 낯이 익어서 자연스레 서로가 암묵적 동의를 한 것이다.

국을 나눠 뜨고, 고기를 발라 각자 접시에 담아주는 한친절하는 아내이다보니(간이 콩알보다 좀더 작은 아내 역시 상대가 자기보다 어린 여성들이라서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들은 낯선 곳, 낯선 사람의 경계심이 이미 풀려 있었다.


인상이 밝고 맑았다. 어려보여서 우리 큰아이 또래인 줄 알았는데 십년차 삼십대 직장인들로 고교동창이라고 했다.

한 친구가 차를 배우는데 선생님이 이 여행을 권해서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두 분 참 다정하시더라구요. 아까 강진생태공원에서도 저희는 뵜거든요. 이렇게 테이블에도 나란히 앉으시고...ㅎㅎ (우리 대화까지는 못들었다보니 이런 오해를...)


"아. 사실은 이런 얘기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은 우리 둘, 애인 사이입니다" (나도 애인은 나란히, 부부는 마주보고 앉는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호호호 까르르르...." 그녀들은 내 대답에 빵 터졌다.


"근데 프랑스에 오래 살아서... 그래서 애인인데 애들은 둘이나 있죠. 이 사람 보면 약간 파리지앵 느낌이 나잖습니까 벌써....."


다시 "까르르르...호호호"


떡갈비, 홍어삼합, 새우구이, 잡채.... 테이블이 벌써 꽉 찼는데 나중에 보리굴비와 간장 게장이 따로 다시 나온다고 했다.

아차싶었다. 몰래 매니저를(실은 옛 집사) 불러 조치를 취하려다 끝까지 내 정체를 숨기는 게 낫겠다 싶어 모른척했다.


어제도 만땅으로 취해 자정을 넘겼는데 메뉴를 보니 다시 술생각이 난다.

술이나 음료수는 개인 부담이다. "강진에 왔으니까 강진막걸리맛은 봐야하지 않겠어?" 내가 봐도 이유가 나름 합리적이고 그럴듯하다. 초행길 처음 만난 네 사람이서 건배를 했다.


캬~ 이 맛이야. 사람 사는 맛!


#강진_첫째날_끝~~~ #일만원의_행복

*지자체 지원 (1만원, 1박2일) 강진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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