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훈 Oct 09. 2022

밤이 오기 전에

"두 번은 없다 /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 아무 연습 없이 태어나서 / 아무 훈련 없이 죽는다."


이 싯구절을 쓴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1923~2012)는 '시인의 시인'으로 불립니다. 그녀는 1996년 노벨상을 수상합니다.

그는 노벨상 수상으로 쏟아지는 언론과 관심을 피해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에서 은둔하며 창작을 이어가다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2022년 허준이 교수가 수상해 화제가 됐던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립니다. 2006년, 러시아의 천재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1966~  )은 수학계 최대의 난제라 손꼽히던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해 수상자가 됩니다. 그런데 그는 100만달러의 상금도, 필즈 상 수상도 거부한채 고향 상트페르부르크의 좁은 아파트로 잠적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워낙 대단한 업적이었기에 세계 유수의 방송사와 언론이 취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합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피터 줌터(1943~ )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빛의 건축가' 로 불리며 건축가가 존경하는 건축가로 칭송받는 그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 할덴슈타인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래전 석사과정 동기였던 형이 그의 작품과 그를 만나러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논문 주제가 피터 줌터에 관한 것이었으니까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얼마나 부러웠던지요.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마을이었고, 스튜디오 직원도 얼마되지 않아 무척 놀랐다고 했습니다. 1,000명이 조금 넘는 인구가 사는 마을이니 그럴 수 밖에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인의 관심과 언론의 주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과 그것에 목말라하는 사람.

유명세에 매달리고, 세인들이 무관심을 보이면 당장 우울증에 걸릴 것만 사람들은 왠지 불안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시대에, 지금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세상에 빛을 내려쬐는 인물들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고요하고 눈이 부시지 않습니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뉴스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들은 늘 호기롭게 외칩니다. 자신들이 옳고 그래서 이 세상을 바꿔놓겠노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그들이 쫓는 것은 신기루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세상에 광풍을 몰고오거나 태양이 되고 싶었던 인물은 늘 폐허만 남기고 명멸했던 것을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모르긴 해도 그들은 작열하는 태양아래 사막을 걷는 신세가 될 겁니다. 그들이 뒤를 쫓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태양은 곧 지고 사막의 밤은 춥습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는 건 밤하늘의 별이지 눈부신 태양이 아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