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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Nov 22. 2022

꿀(HONEY)

아침 일찍 이발하러 목욕탕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채소가게가 눈에 띄었다. 전날 음주에 콩나물국 생각이 나서 콩나물와 쪽파를 샀다. 국 끓이고 건더기는 건져서 아내에게 무쳐달라고 할 참이었다.


큰 남비를 찾는데 렌지 위에 미역국이 한 솥 끓여져 있다. 그러고보니 밥솥에 갓 지은 밥도 있다. 오랜만에 꺼내 입은 옷에서 지폐라도 나온 것처럼 횡재한 기분이다. 주섬주섬 사온 채소를 냉장고에 넣고 미역국을 데우는데 후라이팬에 뚜껑이 덮혀있는게 수상쩍다. 열어보니 닭 조림이 한가득이다.


조개가 아닌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 닭 조림...  분명 내가 좋아하는 식단은 아니다. '육고기라...' 그제서야 눈치 챘다. 어제 아들녀석이 집에 왔다.


질투인지 불만인지 잠깐 부아가 치미는데 훅 달아났다. 어머니 생각이 나서다.

팔순 넘은 어머니는 아직도 사전 연락없이 찾아가면 역정를 내신다. 자식이 엄마 찾는데 무슨 예약이 필요하겠냐만 식사 준비 때문이다. 작은 며느리가 당신 드시라 보낸 굴비를 냉동실에 쟁여놓고, 내가 환장하는 물김치나 파김치도  너무 익기 전에 한번 더 오길 바라신다.


아들을 쳐다보는 아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내게도 술마신 다음날 먹으라고 꿀단지를 쥐여주는 어머니가 계시다.

신께서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드셨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너만 엄마 있냐? 나도 있다. 짜샤~'

'저 놈이 BTS야? 당신은 아미(ARMY)고? 아...어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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